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2년은 잘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 20경기를 못 버텼다.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이 전격 자진사퇴했다.
LG 구단은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 끝나고 곧바로 김 감독의 사퇴를 발표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팀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내고 올 시즌 한때 타격 1위에 오르는 등 선수단이 정비돼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10년간 실패했던 4강 꿈을 이뤘다. 2012년 부임한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지난해 LG를 2위에 올려놓았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우승은커녕 4강 근처에도 못 가본 LG 팬들의 숙원을 풀어준 건 김 감독이었다. 조계현 수석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올해도 LG는 강력한 4강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래다메스 리즈가 떠났지만 새 외국인투수 에버렛 티포드가 잘 버텨줄 것으로 믿었고, 코리 리오단도 시범경기를 통해 합격점을 받았다. 외국인타자 조쉬 벨의 가세도 LG 타선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대형(KIA 타이거즈)의 이적을 제외하면 전력 누수가 없었다.
그런데 심하게 흔들렸다. 643일 만에 6연패에 빠지더니 반전의 계기로 삼았던 한화와의 3연전서 1승 2패로 무너졌다. 이날 전까지 최근 10경기 성적이 1승 9패였다. 시즌 성적도 4승 1무 12패였다. 4승은 SK 박정배의 개인 승수와 같았다. 팀 평균자책점은 5.46으로 이 부문 최하위 KIA(5.48)에 고작 0.02 앞선 리그 8위였다. 타율은 2할 8푼 3리로 리그 공동 2위였는데, 투타 밸런스가 심각하게 맞지 않았다. 5선발 카드도 흔들렸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대전 한화전서 벤치클리어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찬헌이 한화 정근우에 2차례나 사구를 던지면서 LG를 제외한 전 구단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악재가 쏟아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은 모두 내 잘못이다"며 '내 탓이오'를 외쳤다.
선수단은 사건 바로 다음 경기인 22일 삼성전을 앞두고 삭발로 결의를 다졌으나 1-8로 대패했다.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아뿔싸. 23일 경기에 김 감독이 나서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개인 사정이 있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조 수석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팀은 중반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3-7로 져 4연패에 빠졌다. 시즌 전적 4승 1무 13패다.
관계자가 말한 '개인 사정'은 다름아닌 자진사퇴였다. LG는 김 감독 부임 첫해인 2012년 팀이 7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경기 포기 논란'에도 그를 믿었다. 하지만 올 시즌 20경기도 아닌 이제 18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김 감독이 사퇴했다.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선수단은 조계현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2년을 믿고 지켜봤는데, 20경기를 못 참았다. 아직 시즌의 10분의 9 이상이 남았는데 말이다. 이제 LG 야구는 어디로 가는가.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을 볼 수 없게 됐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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