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윤욱재 기자] 지난 해 LG 팬들은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도 아니었지만 환희와 감동으로 가득했다.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LG는 이후 무려 10년 동안 가을야구를 현실화시키지 못했다. 그 사이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등 수많은 감독들이 거쳐갔다.
LG는 2012시즌을 앞두고 또 한번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그 이름은 바로 김기태. 현역 시절에도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는 '미래의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 중 1명이었다.
가을야구란 염원을 가진 LG 팬들에게 '초보 감독'은 달갑지 만은 않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LG 2군 감독, 1군 수석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올랐고 빠른 시간에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달라진 LG의 면모를 보여줬다.
김기태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2년, LG는 이미 그때부터 기적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 등 대어급 FA 선수들이 빠져 나가고 불법 도박으로 2명의 주축 투수가 빠졌음에도 6월 초까지 5할 승부를 벌이며 선전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그리고 그 결실은 마침내 지난 해 이뤄졌다. 이미 김기태 감독의 지도 속에 단단한 팀워크를 완성한 LG는 안정된 마운드를 필두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남겼다. 11년 만에 가을야구가 현실이 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패했지만 LG 팬들의 환희와 감동은 영원히 남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1년도, 아니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김기태 감독은 LG를 떠난다고 한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아직 LG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지만 김기태 감독이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LG는 23일 삼성전 패배로 4승 1무 13패를 기록,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데다 저조한 성적을 두고 감독 탓만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날 대구구장에 '개인 사정'으로 나타나지 않은 김기태 감독에겐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LG 유니폼을 벗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난 해의 환희와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말이다. 너무 짧은 시간 만에 크나큰 '반전'이 일어난 건 아닐까.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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