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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스페인에 가면 돈키호테 작가 생가에는 꼭 가봐야겠다", "돈키호테와 사진은 한 장 찍어야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배우 이순재가 가진 한 가지 버킷 리스트는 '돈키호테'였다. 여행을 기획할 때부터 스페인으로 날아가서까지 이순재의 머리 속에는 '돈키호테'가 있었다.
25일 밤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자유여행을 꾸리는 '꽃할배'와 짐꾼 이서진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자유여행의 시간을 얻은 이순재는 그토록 보고팠던 돈키호테를 찾아갔다. 자석처럼 끌리듯 돈키호테 동상에게 다가선 이순재는 "아하하 산초!"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순재의 얼굴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애틋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이순재와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이어주는 끈은 '연극'이었다. 이순재는 지난 2010년 당시 79세의 나이에 최고령 돈키호테로 연기를 펼쳤다. 이후 2012년에서도 그 역을 이었다. 이순재는 자신이 연기했던 돈키호테라는 캐릭터에 진심으로 애정을 쏟았고, 그 무대에서만큼은 정말 '돈키호테'였기에 그 근간과 원형을 실제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돈키호테를 마주한 이순재는 옛 추억이 담긴 앨범을 꺼내보는 것처럼 순수했다.
돈키호테가 시발이 된 이야기에서 배우로서 이순재의 소신을 볼 수 있었다. 대학시절 연극부 활동부터 연기인생을 걸어온 그는 지금까지 배우의 삶을 회상하며 "어느 순간 올 거예요. 암기력이 급격하게 쇠퇴한다든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다든지. 우리 나이가 체력적으로 장담할 수 없는 나이니까. 어쩔 수 없이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예요"라며 70대 배우로서 느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순재가 말하는 '연기하는 배우'란 이랬다. 그는 "한이 없어. 예술 창작 행위라는 게 끝이 없다"며 "스타하고 배우는 차이가 있다. 스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진정한 배우는 그 조건 가지곤 안 된다. 진정한 배우란 20대부터 시작해서 70대까지 계속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50년 이상의 연기를 펼쳐온 이순재가 직접 밝힌 '배우'의 의미는 깊이 있는 진심으로 시청자들에 울림을 남겼다.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순재는 환상과 현실을 오갔던 정의로운 괴짜 기사 돈키호테처럼 무대 위 배우로서 인생의 한 여정을 지나는 인간으로서 보석처럼 빛났다.
[배우 이순재. 사진 = tvN 방송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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