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큰 점수차로 지는 게 차라리 낫죠.”
넥센과 삼성은 지난 25일부터 목동에서 올 시즌 첫 3연전을 치르고 있다. 25일 1차전서는 삼성이 14-2로 이겼다. 26일 2차전서는 넥센이 11-1로 이겼다. 두 경기 모두 10점 이상의 큰 점수 차로 끝났다. 경기는 상대적으로 싱거웠다. 이 결과가 양팀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복잡 미묘하다.
▲ 박빙승부, 불펜 운영 비상
9개구단의 전력이 종이 한 장 차이다. 거의 매 경기 접전이 벌어진다. 마운드 소모가 극심하다. 감독들은 시즌 초반부터 마운드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일부 불펜 투수들이 벌써 힘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믿을 만한 불펜투수는 한정됐는데 매 경기 접전이라 항시 불펜에서 대기해야 한다. 자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불펜 필승조 투수들이 경기 막판 타자들에게 결정타를 얻어맞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럴 경우 감독들의 불펜 운영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필승조를 낸다는 건 승리 확률이 높다는 의미인데 무너질 경우 다음 경기 마운드 운영이 힘들어진다”라고 했다. 핵심 불펜 투수들이 얻어맞으면 감독 입장에선 마냥 밀어붙일 수 없다. 그 투수에게 때로는 휴식도 줘야 하고, 다른 투수들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때 다른 대안이 또 다시 통하지 않으면 후유증은 2배로 커진다.
▲ 때로는 큰 점수차 경기가 반갑다
넥센과 삼성은 25일~26일 1승1패가 내심 반갑다.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균형을 맞췄기 때문이다. 25일 경기서 삼성은 1~2회에 연이어 타자일순하며 9점을 뽑았다. 3회까지 10-0. 승부는 그대로 갈렸다. 26일 경기서 넥센은 6회까지 7-1로 앞서면서 역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현장에선 “아, 오늘 승부가 갈렸다”라는 미묘한 흐름을 감지한다.
중요한 건 25일은 넥센, 26일은 삼성이 그리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패배했다는 점이다. 넥센은 25일 문성현을 6회 2사까지 끌고 갔다. 어차피 패배가 유력한 경기서 불펜진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문성현과 강윤구만으로 경기를 마쳤다. 자연히 26일 경기서 총력전을 펼칠 환경이 조성됐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조상우 송신영 손승락을 여유있게 점검할 수 있었다. 삼성 역시 26일 J.D. 마틴에 이어 박근홍 김희걸 조현근으로 경기를 마쳤다. 필승조를 투입하지 않았다. 삼성 필승조는 27일 경기서 총력전에 임할 준비가 됐다.
비록 눈 앞의 1패는 뼈 아프지만, 다음 경기에 대비해 힘을 비축한 건 장기레이스서 매우 중요하다. 다음 경기 승리 확률을 높였다는 의미. 현실적으로 128경기 모두 같은 에너지를 소모할 순 없다. 한 순간에 선수들의 체력에 과부하가 걸려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시즌 막판 순위싸움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때문에 감독 입장에선 시즌 초반부터 전략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끔은 큰 점수차 경기가 반갑다. 큰 점수 차로 이기면서 마운드 출혈을 최소화하는 게 최상이지만, 큰 점수 차로 져도 정규시즌 전체적인 그림을 볼 땐 나쁘지 않을 때가 있다.
▲ 팬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팬들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기를 그리 원하지 않는다. 특히 경기 초반부터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양팀 타자들 모두 의욕을 잃는다.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경기는 빨리 진행되지만, 경기 질은 하락한다. 염경엽 감독은 “25일 같은 경기는 팬들에게 미안한 경기였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금요일 밤 야구장을 찾아온 넥센 홈 팬들에게 대패하는 경기를 보여줬으니 실례였다는 것.
염 감독은 “오랜만에 야구를 보러 온 팬들로선 맥이 빠지는 결과였다. 나중에 또 좋은 경기를 하면 되지만, 그 팬들이 그 경기 이후 야구장에 안 올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프로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 경기 100% 전력을 발휘하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감독 입장에선 딜레마다.
이런 큰 점수차 경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삼성 류중일 감독도 동의했다. 류 감독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결국 타격전”이라면서 “그래도 야구의 묘미는 타격전보다는 투수전이다. 자꾸 이렇게 투수들이 많이 두들겨 맞으면 동네야구가 된다”라고 우려했다. 큰 점수차는 필연적으로 일방적인 타격전이 성사된다. 사실 선두 넥센과 서서히 치고 올라오는 삼성의 첫 3연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컸다. 두 팀은 큰 점수차 경기서 1승을 나눠가지면서 전략적으로 힘을 비축했지만, 경기 질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선 맥이 살짝 빠졌다.
[잠실구장(위,가운데),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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