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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아이돌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의 별명은 한동안 ‘백치돌’, ‘바보돌’ 이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순박하고 가식 없고 때론 엉뚱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이준의 실제 모습은 아니다. 소심한 A형이지만 승부근성이 남다른 이준은 데뷔작 ‘닌자어쌔신’을 찍을 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먼 타국에서 불면증으로 지샜다. 이후 ‘정글피쉬2’, ‘아이리스2’ 등 임하는 노력을 통해 임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들으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작년에는 문제적 감독 김기덕이 제작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 멤버로는 상상도 못할 수위 높은 베드신과 강도 높은 액션신,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신까지 소화하며 김기덕에게 ‘땅에서 솟은 배우’라는 극찬을 들었다
그런 그가 최근 싸이코패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tvN 드라마 ‘갑동이(연출 조수원)’에서 연쇄살인마를 숭배하는 사이코패스 류태오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갑동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미스터리 수사물로,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동일 수법이 범죄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정통 장르물이다.
극중 이준은 싱그러운 미소와 섬뜩한 눈빛을 동시에 지닌 이중인격자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실제 이준의 날카로운 얼굴선과 홑겹의 눈매로 얼핏 차가워 보이는 마스크인지라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진다. 연쇄살인마 갑동이는 영웅으로 추앙하며 모방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그의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더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공허한 눈빛과 섬짓한 미소는 시청자들을 압도한다.
이준은 타고난 연기자이기도 하지만 만들어진 연기자이기도 하다. 데뷔 초 그룹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대본을 달달 외웠고, 끼 하나라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그는 그 지독한 악바리 근성으로 연기도 전쟁처럼 임하고 있다. 활동을 쉬는 동안 연기 연습에 매진하는 그는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는 지독한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 누군가의 연기를 참고하다 보면 흉내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본만 반복해서 읽어보고 ‘나쁜’ 상상을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냈기에 그가 창조하는 꽃미남 사이코패스 류태오가 심하게 기대된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착한 얼굴로 시청자를 기만하다 극 중반에 음침한 정체를 드러내는 반전 인물이 아닌 류태오는 첫 회부터 악인(惡人)으로 패를 미리 공개했기에 진범을 찾아 헤매는 미스터리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무대 위에서 앞섶을 풀어 헤쳐 탄탄한 식스팩을 공개했던 이준은 이제 스모키 없는 맨 얼굴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겸배우’ 보다 ‘배우겸가수’가 더 어울리는 이준이 ‘갑동이’를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제대로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
[그룹 엠블랙 멤버 겸 배우 이준. 사진 = tvN 제공]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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