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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지난해 10월 8일 종영한 KBS 2TV '굿닥터'(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 김진우)는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평균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KBS 월화드라마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떨어져도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KBS도, 시청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위기라는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거론됐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 새 월화드라마가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꼭 성공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세월호 참사라는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전국민의 애도 분위기 속에 이 새 드라마는 초반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는 최고의 홍보 수단인 제작발표회마저 취소했다. 오늘(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새 월화드라마 '빅맨'은 "침체된 KBS 월화극을 살려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음에도 자신감보다 불안감이 더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첫 방송 당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는 '빅맨'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제작발표회 취소 후 "적어도 방송 시작은 알려야 한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고육지책이었다. '빅맨'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정해룡 KBS CP는 행사 시작 전 세월호 침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을 전한 뒤 "'빅맨'을 통해 자기 희생의 모습,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 드라마가 여러분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과연 '빅맨'은 침체된 KBS 월화극을 되살릴 구원 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 18→6→5→2…더 이상 갈 곳 없는 시청률
주원 문채원 주연의 '굿닥터' 종영 후 후속작으로 방송된 이동건 윤은혜 주연의 '미래의 선택'은 6.2%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의 시청률이 높아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 기대가 높았던 탓이었을까. '미래의 선택'은 KBS 월화극 침체기의 시발점이 됐다. 동시간 방송된 '수상한 가정부'의 득세와 새로 시작한 MBC '기황후'에 밀려 좀처럼 상승 곡선은 그리질 못했다.
'미래의 선택' 후속작 '총리와 나'는 이범수 윤아의 커플 조합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평균 시청률은 더욱 떨어졌다.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총리와 나'는 국내 최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실패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새드엔딩 그 자체였다.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퇴장한 '총리와 나'를 대신해 윤계상 한지혜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가 야심찬 출발을 알렸다. 그런데 '태양은 가득히'가 지난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드라마 '비밀'과 자연스레 오버랩됐다. 비극적 운명에 얽힌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닮아도 너무 닮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태양은 가득히'는 흥행 보증수표 한지혜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애국가 시청률을 찍고 말았다. 평균 2%라는, 지상파 정규 편성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시청률을 기록했다.
◆ '위기는 기회'…KBS의 새로운 대안, '빅맨'
전작의 시청률이 낮아 후속작이 갖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전작의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기본만해도 전작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고, 최소한 '굴욕'만큼은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다. 그렇다한들 누가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갖고 드라마를 만들겠는가. 시청률 1위는 물론이고, 동시간 경쟁드라마를 압도할 수 있다면 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빅맨' 역시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해룡 CP는 시청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빅맨'의 주연을 맡은 강지환은 "전작의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심하다"고 토로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기적인 면에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스토리에도 자신이 있어서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지환의 자신감처럼 '빅맨'의 초반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고아로 자라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남자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장남이 된다는 설정.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건강한 심장을 노리는 재벌가의 음모였고, 이에 맞서 싸우며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로 성장해간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적의 인생역전이 스토리의 줄기이다.
강지환은 이 인생역전의 주인공 김지혁 역을 맡았다. 하루 아침에 밑바닥에서 재벌가 장남으로 변신하는 강지환의 모습은 '빅맨'의 관전포인트. 여기에 소미라 역을 맡은 이다희는 강지환과 러브라인을 연기한다. 정소민은 재벌가의 외동딸 강진아 역을, 최다니엘은 악역으로 변신해 강지환과 대립각을 세우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외에도 엄효섭 차화연 등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라인업과 이성민 박원상 송재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빅맨'은 더욱 풍성해졌다.
◆ 동시간 경쟁작보다 일주일 먼저 방송…우위 점해야
작품이 좋다한들 경쟁작에 밀려 고전한다면 그만큼 슬픈 일은 없을 터. '빅맨'이 넘어야 할 산은 참 많고 또 가파르다.
우선 첫 번째 산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는 하지원 지창욱 주진모 주연의 '기황후'가 있다.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황후'는 마지막까지 경쟁 드라마들의 허탈함을 자아낼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황후' 후속작인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주연의 '트라이앵글' 역시 전작의 후광효과를 입을 공산이 크다. 물론, 지속 여부는 알 수 없다.
두 번째 산은 SBS에서 평균 8.8%의 시청률을 기록한 '신의 선물-14일' 후속작 이종석 진세연 주연의 '닥터 이방인'이다. '닥터 이방인' 역시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벌써부터 눈길을 끌고 있는 상황. 특히, '트라이앵글'과 '닥터 이방인' 모두 오는 5월 5일 일제히 첫 방송을 앞두고 있어, 일주일 먼저 방송을 시작하는 '빅맨'은 극 초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까지 떠 안게 됐다.
산 넘어 산이지만 넘지 못할 것도 없다. 여러 악조건이 겹쳐 있지만, 결국 시청자들은 재밌는 작품으로 몰리게 돼 있다. 조급한 마음에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과연 '빅맨'이 침체된 KBS 월화극을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KBS 2TV 수목드라마 '빅맨' 포스터 & 스틸컷. 사진 = 김종학프로덕션, KBS미디어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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