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
WKBL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 삼성생명이 추진 중인 앰버 해리스의 귀화. WKBL은 해리스의 리그 활용방법을 확정했다. 그런데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향후 삼성생명이 아닌 다른 구단에서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할 경우 논란이 일어날 여지는 충분하다. 귀화선수의 출전규정 자체가 하나의 명확한 룰로 규정된 게 아니라 이번 해리스 케이스에만 임시로 만들어진 규정이기 때문이다. 자칫 형평성과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WKBL과 여자프로농구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 표면적으로는 한 발씩 양보
WKBL이 귀화선수에 대해 영구적으로 확정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시즌 개막 1개월 전에 입국 가능한 외국인선수들과는 달리 귀화선수는 입국 시기 제한이 없다. 국내선수이니 구단이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다. 또한, WKBL은 귀화선수도 기존 국내선수와 마찬가지로 FA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WKBL서 경기당 평균 10분 이상 뛴 5년차 선수는 FA 자격을 얻는다. 삼성생명도 일단 향후 5시즌동안 해리스를 보유할 수 있다.
해리스의 기량은 외국인선수들 중에서도 A급이다. 해리스가 귀화할 경우 출전규정에 대해선 삼성생명과 나머지 5개구단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5개구단과 WKBL은 해리스가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뛸 경우 심각한 전력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생명은 해리스를 전반 1~2쿼터 중 한 쿼터만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뛰게 할 수 있다고 양보했다.
하지만, 5개구단들의 입장이 너무나도 완강했다. 일부 구단에선 해리스와 외국인선수가 함께 뛰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결국 WKBL도 5개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해리스는 외국인선수와 단 1초도 함께 뛸 수 없다. 삼성생명은 2014-2015시즌 외국인선수를 단 1명만 뽑는다. 해리스가 대표팀에선 한국인으로 취급되지만, 리그에선 외국인선수로 취급되는 이중적 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WKBL은 6개구단에 원칙적으로 귀화선수 영입을 허락했다. 사실 삼성생명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귀화선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저항이 거셌다. 5개구단은 해리스를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선발로 인정하는 대신 1라운드 1순위를 삼성생명에 주기로 합의했다. 외국인선수를 1명밖에 뽑지 못하는 불리함을 1라운드 1순위로 상쇄시켜 준 것이다.
▲ 미봉책의 이면
갈등의 씨앗은 남아있다. WKBL이 결정한 해리스 활용방법은 어디까지나 2014-2015시즌으로 한정된 것이다. 2015-2016시즌에 해리스의 활용도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확인 결과 5개구단 중 최소 3개구단이 “이번 한 번은 삼성생명에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주지만, 다음 시즌에도 또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력 불균형을 이유로 해리스를 외국인선수로 취급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외국인선수 1명의 영입에 대해서도 올 시즌보다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5개구단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해리스와 같이 특급 외국인선수가 귀화해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뛸 경우 전력불균형이 우려되는 건 당연하다. 매 시즌 성적에 민감한 금융사들이 모기업인 여자농구의 현실상 5개구단은 충분히 이런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해리스를 외국인선수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나머지 외국인선수 1명의 영입에 대한 어드벤티지를 빼앗겠다는 건 구단 이기주의로 보여질 여지도 있다.
한 농구인은 “해리스 귀화 추진이 절대 쉽지는 않는 일”이라고 했다. 오리지널 외국인의 귀화 시도는 농구계 최초다. 문태종 문태영 김한별의 경우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삼성생명은 해리스와 지난 시즌에 보유했던 샤데 휴스턴을 놓고 고민했으나 샤데가 청소년 대표 경력이 있는 바람에 해리스로 급선회했다. 해리스는 메디컬테스트와 귀화시험 등을 통과해야 정식 한국인이 된다. 이 농구인은 “든든한 모기업이 있는 삼성이니까 귀화를 추진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다른 구단들은 어지간해선 오리지널 외국인의 귀화 추진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과학계 등 다른 분야에서 체육계의 이런 움직임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해리스는 기량을 떠나서 귀화를 하면 한국인이다. 해리스는 귀화 이후 한국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본인도 그런 줄 알고 귀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당장 2015-2016시즌에 해리스의 활용방법이 달라질 경우, WKBL은 규정을 즉흥적으로 바꾼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해리스의 활용방법에 대한 재논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 끝이 아니다. 만약 나머지 5개구단이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할 경우, 그때는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도 문제다. 해리스 케이스와 또 다른 방식의 결론이 내려진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상황이 좀 다르지만, KBL의 경우 NBA 등 수준 높은 리그서 뛴 외국인선수의 경우 드래프트 참가를 허용하지 않는다. WKBL도 근본적으로 외국인선수를 귀화시킬 때 리그 경력에 따라 그 범위를 지정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귀화선수 영입 및 리그 활용에 대한 기준점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 논란이 일어난 이유도 해리스가 너무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WNBA 미네소타 링스서 백업 포워드로 활약했다.
WKBL로선 팬들과 주위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팬들은 여전히 “오리지널 외국인을 귀화시켜서 삼성생명이든, 국가대표팀이든 우승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외국인선수를 귀화시키는 건 국제적으로는 트렌드가 된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최초 시도이기 때문에 이런 시선은 충분히 이해 된다. 이 모든 건 WKBL과 삼성생명이 극복해나가야 할 일이다.
[해리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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