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 고등학교에 배터리 코치가 없다.”
국내야구 포수난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의 질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사안. 폭투와 패스트볼은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 기동력 있는 주자를 묶지 못하는 건 포수의 책임도 있다. 투수와 내야 전체를 장악하고 안정시키는 포수가 많지 않다. 박경완(SK퓨처스 감독)의 은퇴와 진갑용(삼성)의 개점휴업으로 노련한 포수가 단 1명도 보이지 않는다. 1군 백업으로 5년차 이하의 경험이 부족한 포수들이 수두룩하다.
포수난을 바라보는 삼성 류중일 감독의 시선은 프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지난 27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포수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프로가 아닌 학생야구의 약한 뿌리를 지적한 것. 류 감독은 “중, 고등학교에 배터리코치가 없다”라는 말로 포수난의 원인을 분석했다.
▲ 중, 고등학교서 제대로 포수를 키우지 못한다
류중일 감독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코치 자체가 적다. 일단 투수, 타격 코치는 무조건 있어야 하니까”라면서 전문 배터리코치를 두지 못하는 학교가 많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일부 예산이 적은 학교에선 수비 코치도 타격 코치가 겸하는 경우가 많다. 중, 고등학교 입장에선 엘리트 체육부에 투입하는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프로처럼 화려한 코치진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가뜩이나 야구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다.
류 감독은 감독 부임 이후 학생야구의 발전을 위해 대구 중, 고교에 투자를 많이 했다. 과거 비 시즌에 코치들을 대구 지역 중, 고등학교에 순회시켜 직접 교육에 나선 적도 있다. 류 감독은 “옛날에 강성우 배터리 코치가 우리 팀에 있을 때 돌아다니면서 애들을 가르쳤다”라고 회상했다. KT 조범현 감독 역시 야인 시절 전국을 순회하며 포수들만 전문적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국내야구에 포수 전문 지도자가 확실히 귀하다.
문제는 배터리 코치 자체가 귀하다 보니 중, 고등학교 포수 유망주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포수는 3D 업종이다. 상대적으로 덩치는 크지만, 재능과 운동능력이 다소 떨어진 선수들이 포수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포수는 야구센스가 가장 좋은 선수가 맡아야 하는 포지션. 많은 훈련, 그것도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류 감독은 “일반 야수 출신 코치들이 귀동냥으로 정보를 얻은 뒤 겨우 포수들을 가르친다. 중,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노력을 많이 하는 것도 알지만, 포수 출신 지도자가 없는 학교에서 좋은 포수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 이러니 제대로 된 포수가 프로에 오겠나”라고 아쉬워했다. 때문에 국내 2군 배터리 코치들은 신인포수가 입단하면 사실상 포수의 ABC부터 다시 가르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포수의 성장속도가 다른 포지션보다 늦은 측면도 있다.
▲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야 그림이 잘 바뀐다
류 감독은 시선을 내야수로 넓혔다. 중,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야수들에게 기본기를 잘 가르쳐야 그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 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조금만 가르치면 금방 그림이 바뀐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말하는 그림은 야수의 기본적인 수비 자세다. 선수가 1살이라도 어릴 때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프로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의미.
류 감독은 “수비코치 시절 조동찬이 내가 가르친 대로 수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반복시키니까 잘 됐다. 지금 조동찬은 수비는 잘 하지 않나”라고 웃었다. 조동찬은 공주고를 나온 고졸 내야수. 류 감독은 “대학을 나온 선수는 프로에 와서 그림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대졸 야수의 경우 잘못된 자세로 수비를 해도 이미 대학 4년간 그 자세가 굳었기 때문에 고졸 출신과는 달리 수비 기본기를 다잡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류 감독은 “코치도 전문화된 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중, 고등학교에 배터리 코치는 물론이고, 내, 외야 수비 코치를 따로 둘 필요도 있다고 했다. 외야수 출신 지도자가 내야 수비를 가르칠 경우 그 팀의 내야수비가 상대적으로 엉성한 경향이 있다는 지적. 반대로 내야수 출신 지도자가 외야 수비를 가르칠 경우 그 팀의 외야수비가 상대적으로 엉성할 수 있다고 한다. 지도자가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예전에 KBO에서 순회코치 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코치가 부족하니 그런 제도를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결국 한국야구가 포수 전문 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려면 프로에서 좋은 포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프로에서 좋은 포수가 많이 나오려면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잘 배워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일단은 KBO가 아마야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포수난을 바라보는 류 감독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포수들의 고군분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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