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3이닝만 버텨달라.”
두산 송일수 감독은 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3이닝만 버텨달라”고 했다. 선발투수 크리스 볼스테드에게 바라는 점이었다. 볼스테드가 이날 전까지 1승2패 평균자책점 5.88로 주춤하다고 해도 선뜩 이해하기 힘든 주문. 선발투수가 3이닝만 버티는 건 낙제점이다. 더구나 두산은 어린이날 포함 9연전을 치르고 있다. 당연히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옳다.
그런데 송 감독은 역발상을 선택했다. 볼스테드에게 부담을 줄여줬다. 송 감독에게 왜 3이닝을 언급했는지 물었으니 “그만큼 초반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는 뉘앙스의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맞는 말. 볼스테드는 항상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송 감독은 볼스테드가 3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내면, 이기는 경기를 위한 계산이 가능하다고 봤다.
볼스테드는 실제로 5이닝을 던졌다. 고속 싱커 위력이 살아나면서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피칭을 했다. 피안타 7개를 내줬지만, 내용이 괜찮았다. 송 감독은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최근 송 감독은 반드시 잡을 필요가 있는 게임에선 선발투수들을 조기에 강판시키고 불펜으로 승부를 거는 편이다. 시즌 초반에 비해 불펜이 많이 안정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개인을 따져보면 두산 불펜은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는 게 사실.
송 감독의 뚝심은 대단했다. 불펜투수들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6회 좌완 이현승이 LG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을 봉쇄했다. 볼스테드의 낙차 큰 변화구가 정교한 왼손타자들에게 정타로 연결돼 상황이 꼬일 가능성을 애당초 없앴다. 전략 성공. 송 감독은 7회에는 우완 셋업맨 윤명준을 등판시켰다. 최근 윤명준은 부쩍 좋아지고 있다. 안타 1개를 맞았으나 역시 무실점.
송 감독은 8회엔 정재훈을 투입해 1이닝을 막게 했다. 9회 3점을 추가했으나 마무리 이용찬이 화실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넘어가는 송 감독의 조심성. 결국 두산은 1점 리드를 지켰다. 이현승~윤명준~정재훈~이용찬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서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송 감독의 불펜 조기 가동이 또 한번 주효한 순간이었다.
결국 송 감독의 “3이닝만 버텨달라”는,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선발 볼스테드에게 부담감을 최대한 줄여주면서, 최근 호조인 불펜 투수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승전략이었다. 두산은 중, 상위권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송 감독의 지략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마운드 승부수, 두산 불펜투수들의 책임감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일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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