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특이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SK 김광현. 그는 지난 2~3년간 어깨통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 6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김광현은 “지금도 100%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도 이젠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10승을 거두면서 2010년 이후 3년만에 두 자리 수 승수를 챙겼다. 그와 함께 영건 선발 삼총사로 불린 류현진과 윤석민은 지난 2년간 차례로 미국 무대에 입성했다. 이젠 김광현도 조심스럽게 꿈을 얘기한다. 그 역시 더 높은 무대를 꿈꾼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가 아닌, ‘가고 싶다’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을 마치면 풀타임 7시즌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딸 경우 깔끔하게 7시즌을 인정 받고 구단의 동의 속 메이저리그, 혹은 일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김광현은 내심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듯하다. SK 구단 역시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 화려한 투구 폼, 김광현만의 상징
국내 수 많은 투수들이 중, 고교 시절에는 화려한 투구폼을 자랑한다. 그러다 프로에 입성하면 폼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제구력을 가다듬기 위해선 투구 밸런스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폼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박찬호도 와인드업을 할 때 발을 높게 든 뒤 공을 던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힘을 분산시키지 않고 제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시절이나 지금이나 투구 폼에 크게 변화가 없다. 더구나 김광현은 어깨 통증으로 재활 과정을 거쳤다. 누가 지적을 하지 않아도 어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폼이 작아질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 특유의 폼은 그대로다. 와인드업 뒤 타자 쪽으로 넘어가는 왼발이 허공을 크게 차면서 몸 자체가 옆으로 크게 기운다. 공을 던진 이후에도 몸은 옆으로 쏠린다.
한 지방구단 투수코치는 “사실 부상위험이 있는 폼”이라고 한 적이 있다. 김광현도 “힘이 분산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밸런스에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예전부터 계속 이렇게 던져왔다. 타자를 열심히 잡으려고 하다보니 생긴 폼”이라고 했다. 그는 “폼을 바꿀 생각이 없다. 사실 이것도 많이 작아진 것”이라며 “밸런스 때문에 폼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내 공을 편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광현은 많은 팬을 보유했다. 아직 젊고 얼굴도 잘 생겼다. SK 마운드의 상징이다. 상당수의 김광현 팬은, 김광현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 폼을 좋아한다. 천편일률적인 폼을 갖고 있는 투수가 많다. 그러나 김광현은 특유의 너무나도 역동적인 폼을 고수한다. 부상 위험은 있지만, 그의 투구를 볼 때마다 시원스러움과 청량감이 느껴진다. 김광현마저 다른 투수들처럼 폼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투수코치 역시 “김광현이 그만큼 유연성이 좋고 공을 놓는 감각이 좋다”라고 했다. 어깨 부상으로 고생도 했지만 특유의 유연성으로 잘 극복하고 있고 공을 던지는 감각이 좋기 때문에 정상급 좌완으로 군림하는 것이다.
▲ ML 스카우트? 신경 안 쓰인다면 거짓말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진짜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해외 진출 자격요건을 채우고, 구단의 동의를 얻어도 막상 해외 구단들이 자신을 원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현실을 말한 것이다. 김광현은 “팀이 필요해야 가는 것”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말했다.
김광현은 “올해가 4일 휴식기의 마지막이다. 선발투수들도 자기 로테이션에 휴식기가 걸리면 몸을 관리하기에 편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큰 무대에 가면 이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지금 5일 로테이션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경우 경기 일정에 따라 4일 휴식 이후 등판해야 할 때도 많다. 김광현은 그때를 대비해 몸을 단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 김광현 경기서 관중석을 보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김광현을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투수로 분류해왔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예전 오승환도 해외 스카우트들이 신경 쓰인다고 솔직하게 밝힌 적이 있다. 김광현은 “솔직히 신경을 쓰지 못한다. 공 던지는 것도 바쁜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나”라고 웃었다.
이내 진심을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래도 특별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했다. 투구 폼도, 투구 패턴도, 김광현만의 역량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데만 집중한다. 김광현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갑자기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하나, 하나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아직은 너무나도 조심스럽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매 경기 충실하게 임한다. 그게 김광현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 180이닝+커브
김광현은 “외국인타자들이 들어오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진 것 같다”라고 최근 국내야구 트렌드를 얘기했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진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결국 투수들이 더 잘 던지면 된다. 타자들이 그렇게 잘 치는데도 평균자책점 1~2점대를 찍는 투수들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다른 왼손투수들 모두 다 같이 잘 했으면 좋겠다”라고 쿨하게 말했다. 김광현 역시 올 시즌 출발이 좋다. 4승3패 평균자책점 3.35.
김광현은 요즘 컨디션이 좋다. “몸이 너무 좋아서 좀 불안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선발투수가 최대한 이닝을 많이 소화해야 팀이 편해진다. 이닝을 늘려야 한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17승을 찍었던 2010년에 193⅔이닝을 소화했다. 2008년에도 162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나머지 5시즌 동안은 15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133이닝. 그는 “180이닝이 목표인데, 목표를 정하기보다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이닝 욕심이 많다. 에이스로서 매우 바람직한 자세.
김광현의 최근 또 다른 화두는 커브다. “관중석에서 슬라이더를 노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게 들릴 때가 있다.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 나도 커브도 던질 줄 아는데”라고 웃었다. 실제로 김광현은 커브를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 그런데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김광현이 커브마저 잘 던지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그는 “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가 커브까지 잘 던지는 게 힘든지 알겠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똑같이 제구가 잘 되는 날이 많지 않다”라고 했다.
김광현이 커브를 연마하는 건 관중석의 외침과 맥이 닿아있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로는 타자의 분석에 당해낼 수 없다는 것. 그는 “다른 구질이 꼭 필요하다. 헛스윙을 유도하고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커브를 던져야 한다”라고 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국내를 호령한 류현진 역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커브의 비중을 높였다.
김광현은 “서드피치인 커브나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지 않을 때 기복이 생기는 것 같다. 지금 내 커브는 1%다. 던지면 볼”이라고 웃었다. 그는 “유인구도, 위협구도 아닌 스트라이크만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자신과 계속 싸우고 있다. 커브와 이닝,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시선까지. 그 싸움을 이겨낸다면 김광현은 꿈을 이룰 수 있다. 그건 곧 한국야구의 기쁨일 것이다.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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