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팬들에겐 정말 죄송하다. 감독으로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넥센은 7일 목동 NC전서 5-24로 대패했다. NC는 21안타 10볼넷으로 24점을 올렸다. 홈런만 무려 6개를 때리면서 각종 팀 타격 기록을 새롭게 썼다. 6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나지만 않았다면 NC가 국내야구 타격 기록을 추가로 경신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 정도로 7일 NC 방망이는 무서웠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팬들에게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 경기 이후 넥센에 의문점이 생긴 건 선발 문성현과 구원투수 윤영삼이었다. 문성현은 2이닝 10피안타 12실점, 윤영삼은 4이닝 11피안타 12실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감독이 얻어맞는 투수를 방치해서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동시에 염 감독이 일찌감치 경기서 뒤지자 무성의한 게임 운영을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윤영삼의 경우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4이닝을 묵묵히 소화했다. 결국 문성현과 윤영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대신 배힘참과 권택형이 1군에 등록됐다.
8일 목동 NC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욕 먹어도 할 말이 없는 게임이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영삼이는 어차피 그런 역할(패전처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1회 2-6으로 뒤지기 시작했는데 필승조를 넣을 순 없었다”라고 했다. 감독으로선 한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당일 경기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그 다음 경기서 타격이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 승산이 떨어지는 게임에 전력을 쏟아 붓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팬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염 감독은 “팬들이 기사 댓글로 욕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 감독 책임”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영삼이는 성현이보다 약한 투수다. 그 경험도 영삼이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문성현을 3회에 뺀 건 그 상황에서 성현이를 계속 끌고 가면 더 많이 얻어맞을 것 같았다. 그러면 문성현의 타격이 너무나도 크다”라고 했다. 염 감독에겐 현실적으로 윤영삼보다 문성현이 좀 더 중요한 투수다. 당장 1군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할 투수는 윤영삼이 아닌 문성현이다. 그래서 문성현을 보호하면서 윤영삼을 어쩔 수 없이 4이닝동안 기용한 것이다.
염 감독은 “선발이 너무 약하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을 질 테니 방법을 찾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미팅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말했다. 특히 야수들에게 투수들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7일 경기 같은 대패로 선수들이 와해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미팅에서 주지한 건 혹시 모를 노파심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은 괜찮다. 평소 루틴대로 오늘 게임을 준비하면 된다. 어제 크게 졌다고 오늘 오버하면 안 된다. 그러면 또 무너진다”라면서 “단지 팬들이 속상해하시고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혹시 팬들은 내가 영삼이에게 벌투를 준 것으로 해석하는 데 절대 아니다. 운영일 뿐이다. 그 선수들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투수들이 좀 더 진지하고, 간절하고 절실해야 한다. 단순히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지금 10년이 나중의 50년을 좌우한다. 지든 이기든 루틴대로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염 감독은 그저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수 없이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팬들이 갖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고 싶은 듯했다. 염 감독은 7일 경기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그는 “지금 1승보다 마지막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정말 마지막에 웃으면서 넥센 팬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까.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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