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부를 거는 거지.”
삼성은 두산과 함께 리그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꺼운 팀. 그만큼 주전으로 도약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주전들이 부진하거나 다치지 않는 한 백업 멤버가 주전 도약 기회를 잡긴 힘들다. 모든 팀이 그렇지만 특히 삼성의 경우 좀 더 심하다. 류중일 감독은 기본적으로 고정 라인업을 선호한다.
박해민이라는 외야수가 있다. 2012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발이 빨라서 올 시즌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요긴하게 활용됐다. 기본적으로 그는 백업 멤버. 삼성의 외야주전은 좌익수 최형우 중견수 정형식 우익수 박한이. 하지만, 정형식이 부진했다. 정형식 대신 기용된 이영욱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박해민은 9일 잠실 두산전서 생애 첫 1군 선발 출전했다. 박해민은 2안타를 날리며 류 감독에게 인상깊은 모습을 심어줬다.
▲ 주전들에 대한 확실한 기득권
류 감독은 주전들의 기득권을 확실하게 인정한다. 주전이 베테랑이든, 젊은 선수든 어지간해선 새로운 선수들이 빈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이 과거에 보여줬던 역량과 아우라, 경험을 중시하는 편이다. 실제로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매년 “무한 경쟁”을 외치지만, 주전들에게 경쟁의 기득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은 그런 경향이 좀 더 확고한 팀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류 감독 부임 이후 새롭게 야수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는 거의 없다. 배영섭 정도가 유일하다. 정형식, 이지영 등은 아직 완전한 주전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류 감독이 새로운 선수 기용에 인색한 게 아니라 기존 주전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주전들은 대부분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톱 클래스의 경쟁력을 뽐낸다.
류 감독이 마냥 주전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어지간해선 주전들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한번 아니다 싶으면 다른 선수에게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준다. 정형식은 배영섭의 군입대로 개막전 선발 톱타자-중견수를 맡았다. 그러나 시원치 않자 이영욱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이영욱 역시 류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류 감독은 “정형식과 이영욱이 삼진이 너무 많다. 다른 선수들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정신을 차린다”라고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했다. 결국 신고선수 출신 박해민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삼성 야수진이 두산과 함께 가장 두꺼운 것으로 평가되는 건, 선수 숫자가 다른 팀보다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주전에 근접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많다는 의미다. 언제든지 누구든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 없다. 올 시즌에도 포수 이흥련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이제부터 박해민을 테스트한다.
▲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
확실히 삼성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는 건 쉽지 않다. 기존 주전들의 저력이 워낙 대단하다. 또한, 주전으로 도약해도 손색 없는 선수가 너무나도 많다. 삼성 외야진만 해도 우동균, 이상훈 등은 언제든지 주전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일단 올 시즌의 경우 우동균이나 이상훈에 비해 박해민이 백업으로서의 쓰임새가 컸다. 류 감독의 눈에 우선적으로 띈 것이 사실이다.
류 감독은 항상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자리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 백업 멤버들, 특히 삼성에서 백업 멤버는 더욱 주전도약의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조그마한 틈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그 작은 틈을 파고 들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자리를 잡는 것이고, 그걸 놓치면 만년 대주자, 대수비 밖에 못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박해민을 두고 코칭스태프들은 내부적으로 ‘제2의 정수빈’으로 점찍었다. 류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정수빈하고 비교하면 되나”라고 했다. 정수빈은 그동안 1군에서 보여준 커리어가 있지만, 박해민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 하지만, 정수빈 역시 처음부터 어떤 기득권을 안고 출발한 건 아니다. 선수층 두꺼운 두산에서 꾸준히 주전과 백업을 오갔고, 이종욱이 NC로 이적하면서 올 시즌 마침내 완전한 주전으로 도약했다.
류 감독은 “그래도 박해민이 센스가 있다. 한번 지켜보겠다. 내 입장에선 승부를 거는 것”이라고 알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박해민에 앞서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은 포수 이흥련도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대단히 좋았다. 류 감독은 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 받아들인다. 이흥련은 진갑용과 이지영이 연이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그 자리를 잘 메웠다. 이지영이 컴백했지만, 이흥련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류 감독은 이흥련과 이지영을 번갈아 기용한다.
류 감독은 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타석에서의 자세를 보겠다”라고 했다. 이해민은 2안타 2타점으로 분전했다. 유희관을 상대로 3루타를 뽑아낸 장면은 단연 인상적. 류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당분간 해민이를 써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로써 당분간 삼성 주전 중견수는 박해민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박해민이 부진에 빠질 경우 언제든 정형식 혹은 이영욱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간다.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박해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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