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시안게임 우승 부담이 커졌다.
남녀농구대표팀은 나란히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 중이다. 여자대표팀은 삼성생명의 주도로 엠버 헤리스의 귀화 절차를 밟고 있다. 남자대표팀은 국가대표운영협의회(이하 국대협)에서 애런 헤인즈를 귀화선수로 영입할 것을 사실상 확정했다. 헤인즈의 귀화 추진 속도는 해리스보단 느리다. 하지만, 남녀 대표팀 모두 귀화선수 효과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사활을 걸었다는 점은 같다.
해리스와 헤인즈가 귀화 절차를 밟기까지 무수한 논란이 있었다. 그 논란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FIBA(국제농구연맹) 규정상 귀화선수 1명을 FIBA 주관 국제대회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중동이나 유럽에선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단일민족의 한국은 여전히 이런 정서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가 않다. 과거 문태종 문태영 김한별 이승준 이동준의 경우 부모 중 1명이 한국인이라 귀화 및 대표팀 선발에 거부감이 덜했다. 하지만, 해리스와 헤인즈는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오리지널 미국인이다.
▲ 둘로 나뉜 여론
헤인즈와 해리스의 귀화를 두고 여론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한 가지는 오리지널 외국인의 귀화 및 대표팀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 쉽게 말해서 삼성생명과 국대협의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생명의 경우 해리스를 국내선수로 활용해 WKBL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해리스는 WKBL에선 여전히 외국인선수로 분류된다. 결국 삼성생명의 이득은 거의 없다.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절대 우승을 놓칠 수 없다. 남자의 경우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만에, 여자의 경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무려 20년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우승에 확실하게 다가서기 위해 FIBA가 규정한 귀화선수제도를 활용하는 걸 당연하게 보는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 시선은 “꼭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우승을 해야 되나?” 정도로 해석된다.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수를 데리고 우승을 한다고 해도 그 의미가 크지 않다는 주장. 이 역시 일리가 있다. 실제로 여자대표팀 신정자는 “물론 나로선 편하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정적으로 귀화선수에게 들이는 예산으로 유망주 발굴 혹은 전력분석 시스템 강화 등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한 남자구단 관계자는 “물론 아시안게임 우승도 좋고 귀화선수도 좋다. 그 이후엔 농구를 안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귀화선수에게 매달릴 정도로 한국농구가 그리 한가하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농구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 AG 우승 부담 더 커졌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해리스와 헤인즈 모두 아직 귀화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밟아야 할 단계가 있다. 아시안게임 스케줄을 감안하면 시간은 촉박하다. 최악의 경우 법무부의 심사 과정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농구계는 두 사람의 귀화 작업에 극도로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농구계 입장에서도 매우 어렵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 자칫 힘은 힘대로 들고, 욕은 욕대로 먹을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귀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헤인즈와 해리스를 남녀대표팀에 합류시켰음에도 아시안게임 우승을 놓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여론의 엄청난 질타가 예상된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리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여자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 아시안게임 일정과 겹치는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상대적으로 우승은 수월해진다. 하지만, 정상일 코치는 “대만과 일본 2진도 만만찮다. 결코 우승이 쉽지 않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남자의 경우 중국이 스페인 월드컵 와일드카드를 받지 않으면서 아시안게임에 1진을 내보낼 것이 확실시된다. 필리핀도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 이란 등 아시안게임에 전통적으로 미온적인 중동국가들마저 총력전을 펼칠 경우 헤인즈가 대표팀에 합류하더라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사실 남녀대표팀의 비 시즌 행보는 좀 놀랍다. 여자의 경우 이날 평창 JDI에 소집돼 재활 훈련부터 착실히 소화한다. 체코 전지훈련과 친선국제대회 참가가 예정됐다. 남자의 경우 여자에 비해 스케줄 확정은 늦었지만, 뉴질랜드 전지훈련과 평가전, 일본, 미국 브리검영대와의 연습경기가 준비됐다. 특히 일부 경기는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에 비하면 대한농구협회와 KBL, WKBL의 준비가 매우 꼼꼼하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향한 열망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귀화선수다. 그런데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은데다 자칫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 농구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높이는 모양새다. 유재학 감독과 위성우 감독의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남자농구대표팀(위),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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