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뢰와 개혁.
양상문 감독 체제로 13일 잠실 롯데전을 맞이하는 LG. 김기태 전 감독의 중도퇴진과 양 감독의 선임 과정 모두 일반적인 감독 교체의 그것과는 달랐다. 잡음도, 후문도 많았다. 사실 야구계에선 LG가 김 전 감독 사퇴 이후 조계현 수석코치 체제로 올 시즌을 마칠 것이란 말도 있었다. 하지만, LG는 100경기가 넘게 남은 현 시점에서 새 감독 선임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야구계의 감독 계약기간은 2~3년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LG는 양 감독에게 2017시즌까지 3년 6개월이란 시간을 줬다.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LG의 미래 역시 포기할 수 없다는 구단의 의지가 확실히 읽히는 대목. LG는 양 신임감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서서히 팀 개혁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 야구를 안팎으로 옭아매는 각종 난제들을 양 감독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리더십으로 3년 6개월동안 해결해달라는 의미.
▲ 비정상의 정상화
양상문 신임감독은 다른 신임 감독들과는 취임 초기의 행보가 확연하게 다르다. 최근 대부분 팀의 감독교체를 살펴보면 비슷한 흐름과 절차를 밟았다. 순위다툼이 사실상 끝난 8~9월에 전임 감독이 사퇴 혹은 경질되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뒤 새 감독을 선임하는 수순이었다. 새 감독은 코칭스태프 조각과 선수단 구성에 대해 확실하게 검토한 뒤 신중하게 움직였다. 대신 취임 초창기의 시행착오 가능성을 줄이고 확실한 색깔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단 김기태 전 감독이 꾸린 코칭스태프를 대부분 그대로 데리고 올 시즌을 치러야 한다. 당장 자기 사람을 거의 쓰지 못한다는 의미. 시즌 중이라 급격한 코칭스태프 개편은 불가능하다. 선수 파악을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양 감독이 해설위원을 통해서 LG를 지켜봤지만, LG 지휘봉을 잡고 세밀한 부분까지 지켜보고 판단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때문에 LG 구단으로선 당장 양 감독에게 뭔가를 바라긴 힘들다. 양 감독이 곧바로 LG의 체질개선을 이끌어내기 힘든 주변환경이다. 더구나 최하위. 물리적 거리로만 보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지만, 사실 팀을 정상적으로 이끌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양 감독으로선 최근의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정상화하는 것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 양 감독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 3년 6개월, 이유가 있다
LG가 양 감독에게 계약기간 3년 6개월을 안겨준 게 눈에 띈다. 2~3년 계약을 한 다른 감독들보다 기간이 길다. 결국 네 시즌을 맡겼다. 한 마디로 긴 호흡으로 LG를 바꿔달라는 주문. 양 감독은 일단 올 시즌을 치르면서 혼란스러운 LG를 어느 정도 수습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야 한다.
LG는 안팎으로 고민과 문제점이 많다. 우선 지난해 탄탄했던 마운드가 올 시즌 완벽하게 추락했다. 선발과 중간의 유기적이고 세밀한 운영이 실종됐다. 지난해에도 LG 마운드 자체가 강했다기 보단 차명석 전 투수코치의 기민한 운영과 역량이 돋보였다. 차 전 코치와 재계약에 실패한 LG 마운드는 올 시즌 추락이 불가피했다. 양 감독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LG 투수코치를 역임했다. 6년 전과 비교할 때 투수들 면면은 달라졌지만, 양 감독은 LG 투수진의 문화를 잘 알고 있다. 마운드 개혁의 적임자다.
LG 타선의 힘은 기본적으로 좋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베테랑 의존도가 높다.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리빌딩이 필요하다. 모든 전임 감독이 실패한 부분. 더구나 양 감독은 타자출신이 아니다. 디테일한 부분을 만져주고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야 할 참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작전주루, 수비력 역시 썩 좋다는 평가는 듣지 못했다. 세밀한 야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구단과 현장, 구단과 팬의 원활한 의사소통 역시 필요하다.
▲ 핵심 키워드는 신뢰
양상문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LG를 맡았다. 양 감독 홀로 당장 뭔가를 일궈낼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아니다. 비록 김기태 전 감독과 함께했던 코칭스태프지만, LG의 미래를 위해 양 감독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 양 감독 역시 기존 코칭스태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일단 코칭스태프에서 잡음이 나오면 팀이 정상화되긴 어렵다. 양자의 이해와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구단과의 관계 역시 신뢰가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느 조직이든 처음엔 현장 리더와 프런트의 박자가 잘 맞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어느 조직이든 엇박자가 나지 않는 조직은 없다. 중요한 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빠져 나오느냐다. 쉽게 말해서 3년 6개월이란 긴 시간을 양 감독에 맡긴 구단 고위층이 실제로 양 감독이 위기에 빠지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주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LG는 박종훈 전 감독에게 5년이란 파격적 계약기간을 선사했으나 2년만에 실패한 뼈아픈 전례가 있다. 재계약은 고사하고 계약기간을 채운 감독도 그리 많지 않았다. 김기태 전 감독 역시 중도 하차했다.
신뢰 없이 야구단이란 거대 조직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가 없다. 그동안 LG 야구는 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가 지난해 정규시즌 준우승으로 상당 부분 신뢰를 되찾았다. 그러나 그 여운도 잠시였다. 올 시즌 LG 야구는 또 다시 흔들린다. 팬들의 신뢰도 다시 잃었다. LG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내부적인 신뢰관계부터 공고히 해야 한다. 그게 다름아닌 개혁의 출발점이다.
[양상문 LG 신임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