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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지난 1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에서는 절대 악 김도진(최원영)의 수하 킬러로 등장해 서늘한 눈빛을 보낸 한 남자에게 관심이 쏠렸다. 선이 가는 얼굴, 그의 눈빛은 킬러 그 이상의 존재감을 줬다. 점점 분량은 늘었고, 이를 연기하는 이현욱(28)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높아졌다.
이현욱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첫 드라마인데 좋게 시작했다. 점점 출연 회차가 늘어나 감사했다. 비중이라는 것이 있을 줄도 몰랐는데 엄청 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신인이고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 설렁설렁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 "나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쓰리데이즈' 속 킬러 역은 이현욱에게 딱이었다. 차가운 눈매 뭔가 어두워 보이는 분위기, 차가우면서 무덤덤한 모습이 극에 잘 어우러진 것. 하지만 이현욱은 실제 자신에겐 양면성이 있다고 했다. 조용히 혼자 있다가도 미친듯이 수다도 떨 줄 아는 성격이라는 것. 실제로 이현욱은 인터뷰 내내 남다른 입담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또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현욱은 "초반에 감독님께 어떻게 분량이 늘었는지 물어봤다. 작가님이 내 눈매를 좋아하셨다고 했다.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선배님들과 함께 하면 정말 훅 들어오는 게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눈빛부터가 달랐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처음이었기에 이현욱은 다소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이 많으면 고민만 많아지는 법.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내가 잘 하면 얼마나 잘 하겠나. 욕 먹어도 일단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하고 욕 먹자'라는 생각으로 체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기나 현장은 머리로 계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밀하게 단위를 나눴고 '따뜻한 아이스크림'이라는 나름의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다.
"생각이 많으니까 겁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사실 '쓰리데이즈' 촬영 바로 직전까지 오래 쉬었다. 생활도 힘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위축됐었다. 그러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나가려고 했다. 허세를 부리든 뭘 하든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며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겁이 많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자신을 너무 컨트롤 하니까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감춘 것 같았다. 그걸 깨기 위해 노력했다."
▲ "첫촬영, 완전 멘붕이었다"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신인인 만큼 이현욱에게 '쓰리데이즈' 첫 촬영은 멘붕(멘탈붕괴) 그 자체였다. 충분한 준비 시간 대신 노련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이현욱은 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자신이 준비한 것과 현장에서의 연기는 확실히 달랐다. 순간 당황했고 그로 인해 NG까지 냈다.
이현욱은 "정말 멘붕이었다. 소속사 대표님한테 전화하고 난리 났었다. 당황해서 NG를 계속 내니까 분위기까지 싸해졌다. 온몸에 있는 땀구멍이 다 열렸다. 등이 쎄한 느낌, 온 몸의 털이 서는 듯한 등꼴이 오싹한 느낌 있지 않나. 진짜 쌀쌀한 날이었는데 땀이 다 나더라.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현욱 편은 없었다. 첫 촬영 뒤 다시는 드라마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심 '누가 처음부터 잘해'라는 말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표조차도 이현욱에게 "너 어떡할래"라고 말했다. 이현욱은 당시를 떠올리며 "난 진짜 혼자구나. 누가 날 던져 놓은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마음이 약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다 그냥 나 자신도 나를 도마 위로 올려 버렸다. 여기서 버티던가 때려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철판을 딱 깔았다. 처음에는 별별 생각 다 들었다.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SNS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들 보기도 미안했다. 근데 막상 보니까 그렇게 심하게 이상하진 않더라. '이런 맛이 또 있네' 했다. 근데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심각하게 자학을 하니까 막상 나왔을 때 그보다는 나은 모습에 위안이 되더라. 자기 최면인 것 같다."
그렇게 이현욱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냉정하게 자신을 보고 익숙해졌을 때 주위를 볼 수 있게 됐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니 현장에서도 편해졌다. 선배들이 어떻게 호흡하는지, 그들의 감정만 봐도 그에겐 배움의 장이었다.
▲ "독하고 무섭게 지냈다"
이현욱은 안양예술고등학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스타들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 중학교 시절 엄마 친구 아들이 보조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TV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그는 그렇게 배우를 꿈꾸게 됐다. 사실 안양예고 시절 그가 한예종에 합격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합격했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 한예종은 그의 생각과는 달랐다. 고교시절 신나게 놀던 그에게 각개전투인 학교 분위기는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것. 이에 방황하던 21살 이현욱은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유학 생활도 쉽지 않았다. 추진력 있게 한달만에 준비해 일본에 갔지만 약 1년간의 유학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현욱은 그런 과정 속에 철이 들었다.
이현욱은 "그때 고생하면서 철이 들었다. 현실에 맞딱뜨리니 겉멋도 빠졌다. 이후 서울경찰홍보단 호루라기에서 복무하며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제대 후 안좋은 일이 연속으로 생겨 멘붕이 왔고 그래서 더 독하고 무섭게 나를 다잡았다"며 "큰 일이 닥치니까 덤덤해지더라. 내게 이런 면이 있구나 했다. 다행히 그 때 많은 귀인들이 날 도와줬고 나 역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감을 가지려 했다"고 말했다.
"잠깐 스타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다. 스타라는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 것 같다. 달콤하면서도 무서운 것 같다. 올라가는건 정말 힘든데 추락하는건 한순간이다. 오히려 위를 바라보며 그 밑에서 꾸준히 하는게 행복한 것 같다. 앞으로 10년 뒤를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계속 무럭무럭 자라고 있겠다. 뻔한 얘기지만 소통하는 배우가 되겠다."
한편 이현욱은 최근 SBS 새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극본 최윤정 연출 안길호)에 캐스팅돼 촬영중이다. 이현욱은 극중 할아버지부터 3대째 의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부잣집 아들 최유빈 역을 맡았다. '사랑만 할래'는 '잘 키운 딸 하나' 후속으로 오는 6월 초 첫 방송될 예정이다.
[배우 이현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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