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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현빈이 돌아왔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수많은 여심을 흔들더니, 해병대에 입대했던 현빈이 정조의 옷을 입고 '역린'으로 돌아왔다.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한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조합해 탄생한 작품으로 현빈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평생 암살의 위험 속에서 살아온 조선 22대왕 정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완벽히 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빛부터 몸까지. 현빈은 정조로 변하기 위해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공개된 영상 속 현빈의 일명 화난 등근육은 그저 여성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만큼 힘든 시절을 보냈던 정조의 몸이었고, 현빈 역시 정조의 마음, 그리고 몸을 표현하기 위해 정성을 쏟아 부었다. '역린' 속 정조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조는 많은 이들이 알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들을 거치면서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왔다. 그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왕이라는 것이다. 현빈이 정조를 연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들은 현빈이 만들어낼 정조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OO의 정조와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기대는 아주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빈은 달랐다.
"전에 선배님들이 연기한 정조를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몰랐죠. 일부러 안본 것도 있어요. 보게 되면 따라 할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피했죠. 그래서 사실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우리 영화에서는 다른 작품보다 인간적인 정조에 집중 한 것은 있죠."
어쩌면 '역린'은 현빈에게 많은 부담감이 생길만한 작품이었다. 전역 후 복귀작이었고, 사극에 도전을 했다. 100억 대작의 타이틀롤이기도 했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도전도 없고, 배우로서의 발전도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를 부담감을 끌어안고 선택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빈은 '역린' 중심에 서 있었다.
"시나리오에 끌렸어요. 중국 팬 미팅을 하고 있었을 때 대본을 받았죠. '역린'에서 정조 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받은 뒤 읽어봤는데, 다른 캐릭터들도 탐이 나더라고요. 보통 시나리오를 읽으면 제 역할을 보고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보는데, 다른 캐릭터들에도 눈이 가는 게 색달랐어요. 참 매력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현빈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현빈의 말을 빌자면 '비빌 언덕이 많은' 작품이었다. 현빈은 "좋은 배우들과, 영화는 처음이지만 연출력으로 인정을 받은 감독님, 그 밖의 스태프. 모두 대단한 분들이었다. 나는 내 역할에만 충실하면 문제가 없겠다 싶더라. 현장에서도 선배님들께 '빌붙어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무래 좋은 배우들, 믿음이 가는 스태프가 함께 했을지라도 '처음'에서 오는 부담감과 걱정까지 지울 수는 없다. "내 역할에만 충실"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역할에 충실하'기까지의 과정도 필요했다. 사극을 처음 해 보는 현빈도 이런 부분에서 분명 걱정과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이는 현빈이 가진 성실함으로 이겨 나갔다.
"(사극) 톤을 잡는 것에 대해 이재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매신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를 했어요. 사극은 이런 톤이고 이런 느낌이라는 것들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모든 것이 달랐죠. 정조는 성인이고 왕이긴 하지만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어떤 부분은 어설플 수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괜찮을 수도 있었죠. 매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톤에 대해 감독님과 음향 기사님에게까지 톤에 대해 물었죠. 정말 매 신 매 장면 그랬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현빈은 이재규 감독에게 많은 것을 의지해야 했을 수도 있다. 이재규 감독이 드라마에서는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다. 현빈이 보는 현장 속 이재규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많이 진지한 분이세요. 영화에 굉장히 빠져 있었죠.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믿음이 갔던 것 같아요. 어떤 상황들을 따지지 않아도 되겠다는 신뢰가 생겼어요. 작품에 이정도의 열정이 있다면 이라는 생각에 믿음이 갔어요. 그래서 사실 처음 만난 날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경정했죠. 감독님은 한마디로 착한 여우에요."
사실 '역린'은 언론에 공개된 후 혹평이 쏟아졌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언론 시사회를 제외한 모든 일정이 취소됐고, '역린'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기도 전에 혹평에 대한 이야기부터 접해야 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현빈은 그런 반응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현빈은 어쩌면 예민할 수도 있는 물음에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기분이 안 좋은 것이 있을 수가 없었죠. (완성 본을 보기 전이라)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왜 이런 반응이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어요. 제 영화라서 그런 것 보다는 오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우리가 영화를 만들 때의 의도 같은 것들을 다른 관점을 본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였거든요. 그런 것들, 관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현빈의 답변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린'은 정조의 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건 정조의 영화가 아니다. 나도 알고 작품에 들어갔다. '역린'은 정유역변 속에서 서로의 삶과 운명이 얽혀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해 둔 작품이다. 정조의 감정만 따라간다면 분명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른 이미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도대체 그 이미지가 왜 만들어 진 것이냐"고 반문했다. "나쁜 수식어는 아니죠. 그런데 자꾸 뭔가를 제약시키는 것은 있는 것 같아요. 뭔가를 좀 더 신경 쓰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 덕분에 제가 잘 온 것 같긴 하지만, 어떤 수식어 하나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배우 현빈. 사진 = 롯데시네마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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