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력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극도의 타고투저 시즌. 야구의 꽃인 홈런이 뻥뻥 터진다. 14일 현재 150경기서 272개의 홈런이 나왔다. 경기당 1.81개. 이런 페이스라면 올 시즌 무려 1044개의 홈런 생산이 가능하다. 2009년(1155홈런) 이후 5년만에 1000홈런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역대 1000홈런은 단 6시즌에만 돌파된 진기록이다.
▲ 50홈런의 위대함
박병호(넥센)의 기세가 대단하다. 박병호는 14일 현재 34경기서 14홈런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12타수(경기당 3.3타수)서 14홈런. 정확히 8타수당 홈런 1개를 생산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페이스. 5월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서 홈런 페이스가 점점 좋아지는 박병호는 산술적으로 50홈런도 가능하다. 잔여 94경기서 3.3타수씩 약 310타수를 추가한다고 보면 39개의 홈런을 추가로 때릴 수 있다. 53홈런 페이스라는 의미다.
홈런 50개는 아무나 때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50홈런은 2003년 이승엽(삼성)의 56개, 심정수(은퇴)의 53개, 1999년 이승엽의 54개 등 단 세 차례만 나왔다. 161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서는 50홈런이 수시로 나오지만, 역사가 짧고 경기 수가 메이저리그보다 적은 국내에서 50홈런은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홈런을 때려 이승엽의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10년만에 갈아치웠다. 그만큼 50홈런이 귀하다.
국내에선 이대호(소프트뱅크)가 2010년 롯데 시절 44홈런을 때린 뒤 40홈런 타자도 자취를 감췄다. 역대 40홈런도 단 13차례 나왔다. 이승엽이 1999년, 2002년(47개), 2003년 등 세 차례, 심정수가 2002년(46개), 2003년 등 두 차례 달성한 걸 감안하면 실제 국내야구서 40홈런 이상을 쳐본 타자는 단 10명(국내 5명, 외국인 5명)이다.
▲ 1999년과 2002년, 2003년 케이스
역시 1999년과 2003년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50홈런이 생산된 두 시즌. 당시 홈런왕은 이승엽이었지만, 이승엽만큼 뛰어난 페이스 메이커들이 있었다. 1999년엔 댄 로마이어(45개), 트레이시 샌더스(40개), 찰스 스미스(40개)가 이승엽의 뒤를 받쳤다. 당시 국내선수 홈런 2위는 마해영(롯데)의 35개였다. 외국인타자들이 맹위를 떨쳤던 시즌. 당시 1274홈런으로 역대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생산된 시즌이었다.
가장 많은 홈런이 터진 1999년이었지만, 홈런 레이스 자체의 흥미는 2% 부족했다. 사실상 시즌 막판엔 이승엽의 독주체제였다. 2위 로마이어와의 격차도 무려 9개. 초강력 페이스 메이커 없이 사상 첫 50홈런 고지에 오른 이승엽의 대단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이승엽은 당시 만 23세 전성기 타자였다.
오히려 2002년과 2003년이 뜨거운 홈런 경쟁으로 유명했다. 이승엽의 최대 라이벌 심정수 역시 대단한 활약을 펼쳤었다. 2002년엔 비록 50홈런엔 실패했으나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똑같이 46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공동 홈런왕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최종일 광주 KIA전서 홈런 1개를 터트려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심정수를 극적으로 누르고 단독 홈런왕에 올랐다. 그것도 연장 13회서 만든 극적인 홈런. 두 사람의 2003년 홈런 페이스는 더 대단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쳤던 건 53홈런을 때린 심정수의 자극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당시 정규시즌 순위다툼보다 두 사람의 세기의 홈런대결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 강력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1999년도 좋았다. 40홈런 타자만 4명이 배출된 시즌이었으니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역대급 홈런 전쟁은 2003년이었다. 심정수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없었다면 이승엽의 56홈런은 결코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이승엽의 기본적인 기량과 파워가 탁월했다. 그러나 강력한 페이스 메이커의 존재가 있었기에 1999년의 자신을 극복해낸 것도 사실이다. 팬들에게 엄청난 흥미를 안겨준 건 보너스.
올해 박병호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 현재 박병호도 당시 이승엽처럼 전성기에 들어섰다. 박병호가 올해도 홈런왕에 오른다면 장종훈(1990년~1992년), 이승엽(2001년~2003년)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홈런왕 3연패에 성공한다. 무엇보다도 2003년 심정수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박병호를 괴롭힌다면 홈런 페이스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50홈런이 꿈이 아니란 얘기다.
현재 호르헤 칸투(두산, 10개), 조쉬벨(LG),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홍성흔(두산), 강정호(넥센, 이상 8개)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박병호와는 약간 떨어진 상황. 이들이 좀더 박병호를 바짝 추격해야 박병호도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칸투와 히메네스의 경우 일찌감치 홈런왕 후보로 꼽혔던 외국인타자들. 부상에서 돌아온 루크 스캇(SK)마저 홈런 레이스에 가세한다면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에 버금가는 역대급 홈런전쟁도 기대할 만하다.
[박병호(위), 이승엽-심정수(가운데), 칸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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