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강산 기자] 떨어진 수비 집중력이 큰 화를 불렀다. 결과는 완패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떨어진 수비 집중력에 발목 잡혀 2-14로 대패했다. 1-0으로 앞선 2회초 저지른 실책 4개가 어마어마한 치명타였다. 1997년 9월 25일 전주 쌍방울전서 롯데가 기록한 한 이닝 최다 실책(5개)과 단 한 개 차이였다.
이날 롯데의 2회초 수비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 선발 쉐인 유먼은 쉽게 끝낼 수 있는 이닝이 길어지면서 연타를 허용했고, 결국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여기서 이미 흐름이 넘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회초 1사 후 3루수 황재균이 넥센 강정호의 강한 땅볼 타구를 뒤로 흘렸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타구가 강했기에 내야 안타를 줘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김민성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잘 잡아낸 황재균이 1루 주자 강정호까지 잡으려 던진 송구는 1루수 박종윤의 키를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강정호는 3루까지 안전 진루권을 얻었고, 유먼은 후속타자 유한준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유먼이 후속타자 윤석민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정훈이 타구를 더듬었고, 2루 송구도 뒤로 빠졌다. 3번째 실책으로 1-1 동점을 허용한 롯데다. 연쇄 작용은 무서웠다. 이어진 허도환의 좌전 적시타 때는 좌익수 김문호가 타구를 더듬는 바람에 홈 승부 기회마저 놓쳤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분명 아쉬운 플레이였다.
유먼은 서건창을 파울플라이로 유도하며 불을 끄는 듯했으나 황재균과 유격수 신본기가 서로 미루는 사이 공은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곧바로 서건창의 적시타가 터졌고, 중견수 전준우가 공을 더듬는 사이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갔다. 다행히 유먼이 후속타자 비니 로티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당장 급한 불은 껐다. 넥센은 2회말 우익수 유한준이 롯데 강민호의 쉽지 않은 파울플라이를 담장까지 넘어가는 투혼으로 잡아내며 대조를 이뤘다.
3회초에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사 1, 2루 상황에서 황재균이 넥센 김민성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지 못했고, 유격수 신본기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을 때는 이미 버스가 떠난 뒤였다. 황재균이 정상적으로 타구를 잡았다면 최소 아웃카운트 한 개는 잡을 수 있었다. 비록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넥센 윤석민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롯데엔 치명타였다.
결국 롯데는 1-5로 뒤진 4회초 수비에서 황재균 대신 손용석을 3루수로 투입했다. 하지만 한 번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기는 무리였다. 이후 4회 1점, 6회 6점을 내주며 백기를 들어야 했다. 초반 계속된 실책성 플레이에 무너진 유먼은 2회부터 4회까지 계속해서 20구 이상을 던지는 등 투구수 조절에 애를 먹었고, 5⅓이닝 만에 10실점(7자책)하고 강판됐다.
1-11, 격차가 10점까지 벌어지다 보니 야수들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7회초 수비에서 좌익수 김문호가 넥센 박병호의 평범한 안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넥센의 시즌 첫 선발타자 전원 안타와 함께 롯데의 5번째 실책이 기록됐다. 결국 롯데는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한 채 12점 차로 완패하고 말았다. 2연승 행진도 마감했다.
롯데는 이날 전까지 37경기에서 실책 20개를 기록했다. 최소 실책 1위 삼성(19개)과 단 한 개 차이였다. 빈틈없는 수비는 올 시즌 롯데의 최대 강점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올 시즌 총 실책의 5분의 1을 한 경기도 아니고 1이닝 만에 저질렀다. 7회를 기점으로 관중석에 하나 둘씩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9회에는 절반 이상의 팬이 자리를 떴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27500명의 관중은 실책 퍼레이드를 원하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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