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男 배구, 7661일만에 월드리그서 네덜란드 격파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하 대표팀)이 21년 만에 월드리그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무찌르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무려 21년 만에 네덜란드를 상대로 거둔 승리로 기쁨을 더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도어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조별예선 E조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세트스코어 3-1(25-18 25-23 20-25 25-22)로 이겼다. 이로써 대표팀은 1993년 6월 11일 이후 무려 21년 만에 월드리그에서 네덜란드를 격파했다. 네덜란드와의 역대전적은 7승 33패, 1993년 이후 월드리그 맞대결에서 2승 18패를 기록하게 됐다. 대회 전적은 1승 1패.

승리 일등공신은 단연 박철우(삼성화재).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에 공격성공률 69%를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철우에 이어 전광인(한국전력)이 16점, 송명근(러시앤캐시)도 13점을 보탰다. 특히 송명근은 1세트에서만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전날 높이에서 압도당했던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대표팀은 1세트부터 목적타 서브를 앞세워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8-3으로 첫 번째 테크니컬 작전타임에 도달한 것을 시작으로 단 한 차례도 역전 허용 없이 첫 세트를 따냈다. 1세트 공격성공률이 67%에 달할 정도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빛났다.

놀라운 집중력은 2세트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은 2세트 중반 11-17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최민호(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읖 앞세워 16-19로 추격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박상하(상무)의 블로킹으로 21-22 한 점 차까지 추격한 대표팀은 상대 세터 니미르의 오버네트 범실로 22-22 동점에 성공했고, 곧이어 송명근의 득점을 더해 23-22로 6점 차를 뒤집었다. 네덜란드는 역전 허용 이후 리시브가 흔들리며 자멸했고, 결국 대표팀은 25-23으로 2세트마저 따냈다.

3세트를 20-25로 내주며 숨을 고른 대표팀은 4세트 중반까지 11-11로 네덜란드와 팽팽히 맞섰다. 막판 승부를 가른 건 집중력. 박철우가 쳐내기 공격에 성공하며 12-11 재역전을 이끌었고, 그러자 당황한 네덜란드 선수들의 공격은 계속해서 라인을 벗어났다. 한국은 네덜란드가 리시브까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17-13으로 격차를 벌렸고, 24-22 세트포인트에서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1시간 47분 만에 승리를 확정했다.

박철우는 경기 후 "네덜란드로 오기 전부터 자신이 있었는데 어제 경기는 방심하다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집중한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경기 초반 목적타서 브 연습을 많이 했는데 생각대로 되면서 분위기를 끌고올 수 있었다"며 "세터 이민규(러시앤캐시)도 많이 안정됐다. 기량뿐 아니라 마음이 안정된 것 같아 믿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규는 "어제 속공을 많이 썼는데 점유율은 높았지만 질이 좋지 못했다. 오늘은 내 범실을 줄이려고 노력했고 형들이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한편 네덜란드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은 체코로 옮겨 4, 5일 오후 10시 50분(이하 한국시간) 3주차 경기를 치른다.

[한국남자배구대표팀. 사진 = FIVB 홈페이지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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