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수선하다.
5월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 중인 남자농구대표팀. 2주가 흘렀지만 대표팀 훈련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일단 김태술(KCC), 윤호영(동부) 등 부상으로 소속팀에 돌아간 선수가 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하는 오세근(상무), 최진수(상무)도 있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학 3인방(이승현, 이종현, 최준용)의 두 집 살림. 이들은 국가대표운영협의회(이하 국대협)가 선정한 남자대표팀 예비엔트리 24명에 포함됐다. 16명의 훈련 명단에도 포함돼 지난 19일 진천에 입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주간 대학농구리그 경기가 있는 날 당일치기로 경기장과 진천선수촌을 오갔다.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는 동시에 대학리그 정규리그 게임이 있는 날엔 대학 소속으로 경기에 참가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보는 대학리그 정규리그가 끝나는 1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대학 선수들은 대표팀 훈련 도중 대학리그 참가를 위해 진천선수촌 퇴촌과 입촌을 반복했다.
▲ 대표팀 소집됐는데 대학리그 참가
유재학 감독은 1일 전화통화서 “선수들 본인이 힘들다”라고 했다. 하지만, 타협할 생각이 없다. 유 감독은 대학 3인방에게 대학리그 경기가 끝나자마자 진천 복귀를 지시했다. 그래야 대표팀 훈련을 단 하루만 빠지게 된다. 경기 시간, 장소를 고려하다가 이틀의 시간을 주면 대표팀 훈련에는 하루 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학 3인방은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배경에 한국 농구의 소통 불통이 녹아있다. 현재 국대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국대협은 최명룡 대학농구연맹 회장과 최부영 경희대 농구부장, KBL 안준호 전무와 진효준 기술위원장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각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게 문제다. 대표팀의 효율적인 운영과 경기력 향상은 뒷전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최 회장과 최 부장이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대학 감독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KBL 인사들이 대학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주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종목, 국가를 불문하고 대표팀 훈련을 위해 단체활동을 하는 선수가 소속팀 경기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청소년 선수가 성인대표팀에 뽑히면 청소년 레벨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는 게 관례다. 그게 그 선수를 보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종현 이승현 최준용 모두 대표팀 핵심멤버들. 유 감독은 이들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다. 이종현은 한국 골밑의 미래이자 기둥이다. 이승현 역시 역대 최고 파워포워드가 될 자질을 갖췄다. 최준용은 장신가드로 대성할 자질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학리그 경기를 위해 소속 학교에 복귀한 날엔 대표팀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표팀 컨셉은 수비조직력. 한국농구가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고 장기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 당연히 전 선수가 밀도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이해해야 한다. 어쩌다가 하루 빠지는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물론 대학리그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무대서 좋은 경험을 쌓아 개인적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쌓고, 대표팀에 기여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대학들의 논리라면 진천에 합류한 프로 선수들도 중요한 연습경기가 있는 날엔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프로 팀들도 모두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프로팀들도 대표팀에 협조를 하는데 대학이 대표팀 운영에 비협조적인 건 이해하기가 힘들다.
▲ 극에 달한 소통불통
진천선수촌 주변 교통편이 썩 좋지 않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으로 나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유 감독은 “선수 어머니들이 직접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것도 위험성이 있다. 예를 들어 선수가 진천선수촌과 대학을 오가면서 사고라도 나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유 감독은 “이 선수들이 진천과 경기장을 오가면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 아무것도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런 식으로 선수관리에 예외를 두면, 기본과 원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시스템 확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국대협과 대표팀이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 유 감독은 “대학 선수들이 대학리그에 차출된다는 소식을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 내가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을 때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물론 이상범, 이훈재 코치를 통해 회의결과가 유 감독에게 전해졌지만, 사전 동의 및 양해는 전혀 없었다. 귀화선수 영입 불발도 이런 식이었다.
KBL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KBL에서 지원을 해주는 부분이 별로 없다”라고 했다. KBL은 이달 말 한선교 총재의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부터 김영기 신임총재의 임기가 시작된다. 내부적인 재정비 작업에 여념 없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귀띔. 대학과 프로가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국대협의 출범 취지가 무색해졌다.
대학 3인방의 두집 살림은 한국농구 이기주의와 소통불통 단면이다. 국대협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운영위원이 대한농구협회, 대학농구연맹, KBL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농구인들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 다음 사심 없이 대표팀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동 떨어졌다. 아무 잘못 없는 대학 3인방만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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