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얘기에 시청자들이 폐지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SBS '심장이 뛴다'는 지난해 10월부터 화요일 밤 11시 15분 방송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가을 파일럿 2부작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정규편성됐다.
배우 조동혁, 전혜빈, 박기웅, 최우식, 개그맨 장동혁 등 멤버로 시작한 '심장이 뛴다'는 기존에 다양한 직업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후발주자로 나선 격으로 시청자들에게 따라하기 프로그램이라는 우려 속에서 시작했지만 파일럿부터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였다. 특히 '정글의 법칙'에서 여전사로 통했던 전혜빈을 중심으로 '심장이 뛴다'는 이들의 진짜 소방관되기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조동혁은 앞서, 폐지설이 나오기 한참 전 마이데일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심장이 뛴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자부심을 보였다. 특히 당시 만난 자리는 드라마와 관련된 자리였지만 그는 배우인지 소방관인지 모를 정도로 '심장이 뛴다'에 열성적으로 빠져있었고 특히 '명예 소방관'이라 부르는 호칭에 대해 "명예가 아니라 우리는 진짜 소방관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정말 소방관 분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심장이 뛴다' 방송은 방송을 위한 방송이 아니다. 이들에게 '심장이 뛴다' 스케줄을 묻자,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주마다 어느 요일에 확실히 정해서 만나는 것과 달리, 조동혁은 "화, 수요일에도 가고 이번주에는 금요일에도 가요"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다행스럽게도 화요일에 갔을 때 큰 일이 없었거든요"라고 전했다. 결국 이들은 방송을 위해 시작했지만 '심장이 뛴다'를 하면서 진짜 소방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방송에 쓸 자료가 하나도 없기를 바랄 정도로 대한민국이 조용할 날을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
'심장이 뛴다'는 사실 교양 프로그램이다. '런닝맨'이나 '룸메이트'처럼 웃음을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양국에 속해있는, 공익성이 기반이 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최근 SBS는 '심장이 뛴다'의 폐지를 결정했다. 폐지 소식을 접한 시청자들은 반발하며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폐지 결정을 번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장이 뛴다' 제작진도 아쉬운 입장은 당연지사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심장이 뛴다' 속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장이 뛴다'의 폐지설이 나올 무렵, 가장 최근 방송됐던 '심장이 뛴다'의 시청률은 2.7%였다. 시청률과 프로그램 폐지의 상관관계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밀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민국은 큰 사건을 겪으며 애도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심장이 뛴다'가 착한 방송으로 불려가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SBS는 '심장이 뛴다'를 폐지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네티즌은 "이제 가족끼리 함께 공감대를 느끼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졌다"고 말할 정도다. 출연자 최우식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쉽고 아쉽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폐지일까. 시청자들을 위하는 방송이라면 시청자들의 입장에 서서 시청률이 다가 아닌, 좀 더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심장이 뛴다'의 '모세의 기적'은 이제 막 시작됐는데 말이다. 아마존도 가고, 뉴욕도 가는 등 예능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심장이 뛴다' 같은 공익 프로그램을 껴안을 수 없는 것이 우리 방송계의 서글픈 현실이다.
[SBS '심장이 뛴다' 출연진(위), '심장이 뛴다' 방송화면(아래). 사진 = SBS제공, SBS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