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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대중이 생각하는 배우 박한별과 진짜 박한별.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2002년 데뷔해 벌써 데뷔 13년차 배우다. 데뷔초 얼짱 출신으로 주목 받았고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원치 않는 주목도 받아봤고, 그만큼 대중이 생각하는 박한별은 실제 박한별과 다른 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종영된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극본 윤영미 연출 조영광)를 통해 대중은 또 다른 박한별을 만났다. 그간 예쁘고 새침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남장 여자를 연기하며 긴 머리를 싹둑 짤랐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제일 앞에 서서 극을 이끌었다.
그래서일까. 대중은 박한별의 새로운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배우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나 박한별은 성장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박한별은 확실히 대중의 편견과는 달랐다. 새침하기는 커녕 털털하기 그지 없었고,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이 묻어났다.
박한별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은 것 같다. 그래서 더 연기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며 "'잘키운 딸하나'를 통해 연기가 늘었다고 하는데 사실 난 연기를 잘 한다거나 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무살 때의 나와 서른 한살의 나는 인생을 이해하는 정도가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더 다른 모습을 봐주시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리고 그 전까지는 내가 해왔던 역할들이 나와 너무 달랐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 당시엔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잘키운 딸하나'에서의 역할은 나와 닮아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고 나도 편했다"고 밝혔다.
사실 박한별은 그간 비슷한 역할을 하며 갈증을 느꼈다. 늘 비슷한 캐릭터를 맡고 싶지 않아 잠시 드라마를 쉬기도 했다. '안하겠다'고 선언했다기 보다 비슷한 연기를 하지 않으려 하니 자연스럽게 쉬게 됐다. 배우의 길을 길게 생각했기 때문에 쉬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너무 다른데 이대로 계속 하기에는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한번은 '배우 생활을 그만해야 하나. 나랑 안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를 믿었다. 내가 소신있게 하면 언젠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겠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 또한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더 편해지더라. 어느 순간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언젠가부터 세상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보다 원래 박한별을 보여드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늘 똑같았던 박한별이었지만 확실히 변화를 겪은 것은 2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다. 그는 "늘 똑같은 사람이었지만 날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20대 후반부터 조금씩 나를 찾아갔다. 솔직히 달라진건 없는데 어릴 때는 내 생각과 마음에 확신이 없어서 고민도 많이 됐던 것 같다. 그러다 내 마음에 확신이 들었고 확신이 드니까 그 어떤 것도 내게 스트레스가 아니게 됐다. 다 이해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솔직한 스타일이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지적도 한다. 여배우로서도 '그러면 안돼'라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정말 그래야 하나? 나는 여배우니까 이렇게 행동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근데 어느 순간 '왜 그래야 되지? 여배우는 이렇게 살아야돼? 그럼 난 못살겠어. 그럼 그만둬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 거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를 찾아가게 됐고 '그래. 난 원래 이런 애야. 여배우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난 이렇게 살래'가 됐다."
자신을 이해하니 주변도 이해하게 됐다. 의도치 않게 오해를 받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일을 겪으며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일도 많았다.
박한별은 "어릴 때부터 직업이 이렇다 보니까 사람들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다. 사실 처음엔 많이 상처 받고 주눅 잘 드는 스타일이었다. 친구들도 안타깝다고 했었다. 평범했던 애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 받으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은 알겠다. 그 모든 게 복받은 것이고 감사한 것 같다. 연예인으로 살면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편한 것도 훨씬 많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복 받았다, 감사하다를 확 느꼈다. 물론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것도 내가 즐기면 된다. 사람들을 이해하면 된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배우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는 다른 말 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전엔 상처를 받았는데 이제는 이해하게 된다. '그 사람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였나보다. 그 순간 내가 그렇게 보였나보다. 그 사람이 날 그렇게 보고싶나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
이어 박한별은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한테 집중돼 있지 않더라. 정말 그 순간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다 한때고 잠깐의 재미를 위해서 얘기를 하는 거다. 이해하면 된다"며 "'배우보다 스타가 될래요' 한적도 없지만 사람들이 나를 배우와는 다른 스타로 보고싶어 한다면 그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 같다. 절대 세상 사람들은 나를 내가 원하는대로 봐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얼짱 수식어를 떼고 배우 타이틀을 얻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그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왜 답을 내려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꼬리표는 떼고 싶다고 해서 떼지는게 아니지 않나"라며 "내가 욕심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욕심의 기준은 없다. 내게 욕심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른 것 뿐이다"고 밝혔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난 내 개인적인 인생에서 사람을 버려가면서 혹은 내 인생을 버려가면서까지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지키면서 하고 싶다. 욕심의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목표를 정해 놓지도 않는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인생에 있어서도 목표나 계획이 없다. 왠지 목표와 계획이 있으면 끝을 정해놓는 기분이고 그걸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근데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행하고 만족 못하게 될 것 같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건데 억지로 그냥 멋있는 멘트를 위해 정해 놓는 것 같아 그때 그때 충실하려 한다. 이런 게 진짜 솔직한 나다."
이런 박한별의 마음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이 마음은 뭐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목표가 없었다. 그래서 '난 욕심 없나? 한심한 애인가봐'라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이제 소신이 생겼고 그 마음은 굳어졌다. 목표가 없는게 잘못도 아니고 또 끝을 정해놓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알았다. 그러니 갇혀 살지 않게 됐고 매순간 즐길 수 있게 됐다.
"어느 상황에 있어도 늘 이런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늘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살고 싶다. 원래도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인데 이런 마음이 어떤 환경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뭘 하든 즐기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 박한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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