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강이 점점 굳건해진다.
정확히 1달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5월 11일 선두는 넥센. 그 뒤로 NC 삼성 롯데 두산이 줄을 섰다. 심지어 KIA SK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선두 넥센과 7위 SK의 격차는 5경기. 혼돈이 이어진 시기. 순위 변동이 잦았다. 누구도 2~3연승에 선두를 넘볼 수 있었다. 마라톤으로 치면 전형적인 레이스 초반.
1달이 지난 6월 11일 순위표를 살펴보자. 삼성과 NC가 2경기 차로 완벽한 2강을 형성했다. 그 뒤로 두산 넥센 롯데 SK KIA가 중위권을 형성했다. 2위 NC와 3위 두산은 어느덧 5.5경기 차. 선두 삼성과 7위 KIA는 무려 13경기 차. 간극이 많이 벌어졌다. 마라톤 같은 페넌트레이스는 하루 이틀 사이엔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큰 단위로 끊어서 보면 큰 차이가 발견된다. 현 시점서 선두권을 형성한 삼성과 NC는 그냥 선두권에 위치한 게 아니다. 나머지 7팀에 비해 전력상 우위가 있다. 2강이 점점 굳건해진다.
▲ 계산되는 야구
삼성과 NC가 왜 2강을 형성했을까. 계산되는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현대야구는 계산되지 않는 야구다. 극도의 타고투저 시즌. 방망이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 3~4점차는 아무것도 아니다. 계산이 되지 않는 경기는 벤치와 선수들에게 피곤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서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패배라도 하면 그 피로감은 가중된다.
삼성과 NC 역시 계산되지 않는 경기를 할 때가 있다. 믿었던 임창용의 블론세이브. 에이스 이재학의 부진.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경기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와 동반된 패배. 하지만, 두 팀은 그 빈도가 다른 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선발-중간-마무리 마운드 보직이 가장 확실하다. 그 밑바탕 위에서 타선이 효율적인 공격으로 점수를 뽑고 지켜낸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과 NC는 틀을 갖췄다는 점에서 비슷한 야구를 한다.
삼성은 밴덴헐크 장원삼 윤성환 배영수 마틴, NC는 이재학 찰리 해커 웨버 이민호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안정적이다. 선발진이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승리 공식을 계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삼성은 나바로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 등 타선이 안정됐다. NC 역시 박민우 이종욱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등이 중심을 잡는다. 두 팀은 타순변화가 거의 없다. 꾸준하게 제 몫을 해낸다. 여기에 차우찬 박근홍 안지만 심창민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불펜은 계산되는 야구의 마침표를 찍는다. NC는 삼성보다는 안정감이 살짝 떨어진다. 그래도 손정욱 원종현 손민한 김진성 등이 제법 안정감 있게 리드를 지켜낸다.
▲ 극도의 경계
재미있는 점. 삼성과 NC는 서로를 극도로 경계한다. 올 시즌 두 팀은 창원과 대구에서 한 차례씩 3연전을 치렀다. 삼성이 두 차례 모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면서 4승2패. 그러나 내용은 제법 팽팽했다. 쉽게 갈린 승부가 거의 없었다. 맞대결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삼성의 내공이 강했다. 삼성은 5월 4일 대구 경기서 0-3으로 뒤진 게임을 8회에 4-3으로 뒤집었다. 이후 8연승과 11연승 시동을 걸었다. 김경문 감독은 “역시 삼성이 힘이 세다”라고 인정했다.
김 감독은 삼성이 유독 경기 막판 역전승이 많은 것을 두고 “삼성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삼성 불펜 특유의 안정감과 함께, 승부처에서 타자들의 임기응변능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수년간 큰 경기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부분. 2년차 신흥강호 NC는 이런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 NC는 삼성보다는 투박한 느낌이다.
하지만, NC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1군 데뷔 2년만에 계산이 되는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높게 평가돼야 한다. 투타 각각의 요소가 삐걱거림 없이 잘 돌아간다. 이종욱과 손시헌 가세로 공수 짜임새가 배가됐다. 물론 다른 팀보다 1군 엔트리를 1명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인선발투수를 3명이나 둔 것도 결정적인 부분. FA와 외국인타자 영입으로 지난해 주전 2~3명이 백업으로 가세해 선수층도 몰라보게 두꺼워졌다. 삼성이 충분히 긴장할만한 전력이다. 류중일 감독은 틈만 나면 “NC가 무섭다”라고 말한다. 막내구단에 보내는 립 서비스가 아니다. 삼성과 NC 전력은 결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 요동칠 때가 온다
과연 삼성과 NC의 2강체제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현재 공동 3위 두산과 넥센은 극강 공격력과 좋지 않은 마운드라는 고민거리를 함께한다. 마운드가 너무 불안해 크게 치고 올라올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두 팀은 계산이 되지 않는 야구를 한다. 중, 하위권 팀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 격차도 적지 않게 벌어졌다. 5~6게임은 단기간에 좁혀질 격차가 아니다. 때문에 당분간 2강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 1달 사이에 순위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듯, 또 1달 뒤엔 어떤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정적으로 삼성과 NC의 격차가 너무나도 작다. 당장 두 팀은 20일부터 22일까지 창원에서 3연전을 갖는다. 이 결과에 따라 2강이 굳건한 1강으로 바뀔 수도 있고, 2강이 유지되더라도 꼭지점의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다. 서서히 게임을 치르면서 중위권과의 격차가 더 좁혀질 수도 있다.
최근 4~5경기 기세만 보면 NC가 삼성보다 좋다. NC는 최근 4연승. 그러나 삼성은 임창용이 최근 전반적으로 썩 좋지 않다. 10일 목동 넥센전도 5-4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 막판 안지만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다 잡은 1승을 날린 채 강우콜드 무승부 처리. 물론 기본적으로는 삼성과 NC 전력이 나머지 7팀에 비해 안정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변화를 감지하고 대비해야겠지만, 현 시점에선 2강이 굳건해지는 모양새. 현 시점에선 삼성과 NC에 제동을 걸 팀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삼성-NC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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