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생팀이니까,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잖아.”
NC 나성범은 12일 현재 54경기서 타율 0.386(2위) 16홈런(4위) 53타점(1위) 46득점(7위) 8도루를 기록 중이다. 거의 타격 전 부문 리그 상위권. 타율 0.243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일취월장했다. 대졸 2년차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프로에 빠르게 안착했다. 이젠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박병호(넥센) MVP 대항마로 거론될 정도.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까지만 해도 투수였다. 타자를 병행했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로서의 가치가 더욱 컸다. NC는 나성범을 2차 10순위로 데려왔다. 김경문 감독은 고심 끝에 나성범에게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쥐게 했다. 김 감독은 나성범에게 직접 타자 전향을 권유했고, 나성범도 받아들였다.
▲ 현실적 이유
나성범은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감독님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타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나 설명을 들어본 적은 없다”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에게 물어봤다. 김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본인에게 충분히 설명해줬는데 그걸 모른다고 해?”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대학 1~2학년 때 투구 폼을 보니까 프로에서도 10승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3~4학년 때보니까 폼이 다르더라. 결국 어깨 부상을 입었다”라고 했다. 사실 신생팀에 빠른 볼을 던지는 좌완 투수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나성범이 어깨 부상을 입은 걸 보고 투수로서는 프로에서 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그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이 오늘날 나성범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 프랜차이즈 스타 만들기
김 감독이 연세대서 투타 겸업을 했던 나성범을 타자로 기용한 건 깊은 뜻이 있다. 김 감독은 “NC는 새롭게 시작하는 팀이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했다”라고 했다. 9구단 NC는 지난 1~2년 전부터 기존 8개구단의 도움을 얻어 선수를 수급했다. 본의 아니게 기존 8개구단서 보호선수 외 선수를 데려오기도 했다. 외부에서 FA도 대거 영입했다. 아무래도 ‘외인구단’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NC 창단 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NC를 대표하는 토종 프랜차이즈 스타를 꼭 키우고 싶어했다. 김 감독은 “프로는 팬이 있어야 존재 이유가 있다”라며 자체적으로 스타를 키워야 할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 적임자가 나성범이라고 봤다. 나성범은 김 감독의 기대대로 NC 프랜차이즈 스타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투수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긴 힘든걸까. 김 감독은 “지난해 우리팀 사정상 나성범이 투수로 나섰다면 잘해야 7~8승이었다. 투수가 그 정도를 기록하면 팬들 기억에 남겠나?”라고 했다. 김 감독은 “투수로서 스타로 자리잡으려면 최소한 13승 이상 7~8패 이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정도 기록을 남겨야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 NC 사정상 투수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크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통적으로 야구 프랜차이즈 스타는 타자가 투수보다 훨씬 더 많다. 1주일에 1~2번 등판하는 에이스보다는 매일 출전하는 4번타자가 팬들에게 훨씬 더 각인되기가 쉽다. 김 감독은 NC가 신생팀인만큼 나성범이 매 경기 활약을 펼쳐 창원, 마산 팬들에게 사랑을 받길 바랐다. 그게 NC도, 나성범도 인지도가 높아지는 방법. 김 감독이 나성범에게 매일 경기에 나서는 타자로의 전향을 권유했던 건 깊은 속 뜻이 있었다.
▲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김 감독은 “성범이는 타격에 재능도 있고 성실하다. 좋은 마인드를 지녔다. 타자 전향을 결정한 뒤 수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를 볼 때 야구에 임하는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 감독은 나성범이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있는 걸 높게 평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당초 나성범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나성범에게 좀처럼 칭찬하지 않는다. 김 감독의 선수 육성 철학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라면서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칭찬해주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자칫 너무 띄워주면 정신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나성범을 반짝 스타에 머물게 하고 싶지 않다. 나성범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도 아직은 신중한 태도다.
김 감독은 “야구가 그리 쉽지 않다. 1~2년 잘하는 건 진정한 스타가 아니다. 5년 정도는 꾸준히 잘해야 누구에게나 스타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올 시즌 잘 하고 있지만, 김 감독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1군 데뷔 2년차 NC. 김경문 감독의 프랜차이즈 스타 만들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김경문 감독과 나성범(위), 나성범(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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