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중일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승엽이 데뷔 처음으로 1경기서 3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17일 인천 SK전서 시즌 11~13호 홈런 작렬. 이승엽은 2경기에 걸쳐서 3연타석 홈런을 친 적은 있었다. 그러나 1경기서 3연타석 홈런을 때린 적은 없었다. 이날 이승엽은 2014년 이승엽이 완벽히 부활했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경쟁력 있는 1루수 혹은 지명타자라는 점을 증명했다.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 60명이 발탁됐다. 이승엽도 지명타자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이승엽. 참 매력적이다. 57경기서 타율 0.310 13홈런 43타점 31득점. 이름값을 떠나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 정도의 성적.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선발기준에 딱 맞는 선수. 그런데 정작 이승엽 본인이 태극마크를 다는 데 미온적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릴까.
▲ 이승엽이 필요한 대표팀
대표팀은 이승엽이 필요하다. 그는 부활했다. 물론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마음 먹으면 홈런을 뻥뻥 때렸던 시절로의 부활이 아니다. 한국나이 39세에 맞는 부활에 성공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기본적으로 출루와 진루에 신경 쓰는 타격을 한다. 득점권타율이 0.292로 타율보다 낮지만, 주자 없을 때 0.255에 비해 주자 있을 때 0.368로 훨씬 좋은 타격을 한다. 또한, 장타율(0.560)과 출루율(0.372)이 커리어 평균(0.584, 0.396)에 근접한 수치를 찍고 있다.
팀을 위한 타격을 하면서도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고 큰 것 한방을 날린다. 투수들로선 이승엽이 꽤 부담스럽다. 지난해 최악 부진으로 이승엽에 대한 경계심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올 시즌 이승엽에 대한 투수들의 경계심은 다시 높아졌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는 이승엽이 전성기를 달리는 박병호 최형우만큼 잘 할 수 없다. 이승엽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사실상 올 시즌 최고 6번타자. 이쯤 되면 이승엽이 대표팀에 발탁될 이유는 충분하다.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오른손 타자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최형우를 제외하곤 왼손 거포가 없다. 나성범(NC)이 무섭게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확실한 거포로 보긴 어렵다. 전략적으로도 이승엽같이 큰 것 한방을 때릴 수 있는 왼손 장타자는 국제대회서 꼭 필요하다. 지명타자로 나지완(KIA)이 맹활약 중이긴 하지만, 그 역시 오른손타자다. 결정적으로 그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과 노하우는 이승엽을 따를 자가 없다.
▲ 대표팀을 고사하는 이승엽
문제가 있다. 이승엽 본인이 태극마크를 다는 걸 그리 원하지 않는다는 점. 이승엽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마지막 태극마크’라고 했다. 지난해 WBC 1라운드 대만 타이중 현지취재 당시 이승엽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서 외국 기자가 던진 질문에 “나에겐 이번 대회가 마지막 태극마크다.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대회에 참가했다”라고 했었다. 이승엽은 1라운드 탈락 직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도 취재진에게 대표팀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1년 3개월이 흐른 지금. 이승엽 생각은 당시와 변함 없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털고 부활했지만, 대표팀은 더 이상 자신이 들어가서도,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다. 국내 취재진들에게도 비슷한 요지의 말을 몇 차례 했다. 현실적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타자들이 충분히 대표팀을 이끌어줄 만한 역량이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대표팀에 들어가면서 혹시 누군가의 병역혜택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닌가에 대한 걱정 역시 했을 수 있다. 실제 같은 지명타자 나지완의 경우 병역 혜택이 절실하다. 그는 올 시즌 잘 하고 있다.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또 다른 베테랑은 일전에 “대표팀에 뽑히는 건 영광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나보다 후배들이 잘해서 병역혜택도 받고 금메달도 따는 게 더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최종엔트리에 선택된다면 기꺼이 태극마크를 달겠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어쩐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결국 선택은 대표팀 기술위원회와 류중일 감독의 몫. 류 감독이 이승엽을 최종엔트리 24인에 넣을 경우 이승엽은 따라야 한다. 대표팀 고사는 이승엽 본인의 희망이다. 강제로 지도자들의 뜻을 거역하긴 어렵다. 물론 기술위원회와 류 감독이 이승엽의 뜻을 받아들여 이승엽을 최종엔트리에서 뺄 수도 있다. 당장 7월경 2차 예비엔트리 명단이 발표된다. 이때 곧바로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의 최근 타격 페이스라면 2차 예비엔트리서도 빠질 가능성은 낮다. 결국 이 문제는 8월 15일 최종엔트리 발표 직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8월 중순까지 남은 2개월간 이승엽 타격 페이스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명타자는 기존 야수들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포지션. 그만큼 변수가 많다.
류 감독은 내심 인천 아시안게임서 국제대회 부진을 당당히 되갚고 싶어한다. 지난해 WBC 1라운드 탈락 치욕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게 사실. 류 감독은 줄곧 “이름값, 병역 유무를 떠난 실력”이라고 했다. 예비엔트리 선발도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이 2개월간 이 실력을 유지할 경우 뽑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류 감독이 이승엽의 대표팀 고사 뜻을 받아들이려면 사실상 기존 원칙을 살짝 무너뜨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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