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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대부분의 배우들은 부침의 시간을 겪는다. 그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 마느냐가 앞으로의 배우 인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또 자신의 것이 아니면 어떤가. 배우들에게 모든 시간은 무대 위에서 뼈가 되고 살이 된다. 그만큼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도 배우에겐 소중한 때인 것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출연중인 배우 손미영에게도 이같은 시간은 있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합류하기 전 약 1년간 일명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복합적으로 많은 부침이 왔고 본의 아니게 배우로서는 길고도 긴 시간을 홀로 보냈다.
그런 손미영이 부침을 딛고 복귀한 작품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신님 역을 맡은 손미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연치 않게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하게 됐는데 그 전엔 좀 다크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따뜻하게 쓱 들어오는 느낌, 온기같은 느낌이라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 "1년간 슬럼프, 버릴건 버리고 해탈했다"
지난해 손미영은 배우로서, 현실적인 면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여자 나이 서른, 많은 생각이 들 때였다. 본인이 의식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야단이기도 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도 안정적이지 않은 탓에 오는 걱정들이었다. 본의 아니게 뮤지컬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한계도 느꼈다. 그렇게 복합적인 혼란이 손미영을 힘들게 했다.
손미영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 한번쯤 겪을 일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잘 겪고 나온게 낫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며 "늦은 나이에 이랬다간 팍 터질 것 같아서 지금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버릴건 버리고 해탈했다고 해야 하나"라고 밝혔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 근본적으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싶어 하지?'라는 생각에 흔들렸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크게 생각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슬럼프를 겪은 것 같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니까 뿌리가 흔들린 느낌에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 없다. 하지만 나름 잘 마무리하려 해서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수많은 고민 끝에 손미영은 자신이 왜 배우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의외로 간단했다. 어릴 때 마냥 '좋아서'라고 답하던 때가 떠오른 것. 부침 끝에 손미영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원동력을 얻었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좋았던 시간이라 결론 지을 수 있다.
부침을 겪고 막 세상으로 나오려 할 때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만났다. 힐링극이라고 불리는 만큼 작품에 대한 첫 느낌부터 연습, 공연 모두가 좋았다. 박소영 연출은 아는 언니처럼 손미영을 대해줬고, 동료 배우들 역시 따뜻했다. 알아갈수록 어렵지만 그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 "사람을 많이 얻었다"
손미영은 행복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희망적이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 끌렸다. 손미영은 "관객들이 굳이 와서 비극을 접하고 배우들이 슬픈 내용을 전하는 것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근데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슬픈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따뜻한 작품이라 좋았다. 역할도 좋았고 재밌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극중 여신을 비롯 창섭의 늙은 어머니, 주화의 동생, 석구가 짝사랑하는 과부 역을 연기한다. 모두 다른 캐릭터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기에 다소 어렵기도 했다. 손미영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다 우리가 만들어야 했다. 사실 대사도 얼마 없어서 찰나의 장면을 좀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초연부터 혼자 여신 역을 해온 (이)지숙이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처음엔 생각보다 힘들었다. 여신에 대한 이미지도 표현해야 하니 부담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옷도 나를 옥죄여 오더라.(웃음) 처음에 '더 여신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지숙이와 다르고 워낙 지숙이가 그녀만의 여신을 잘 만들어놔서 보는 사람들은 나의 여신이 어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처 받을 게 아니다. 내 것을 분명하게 하고 나란 여신을 설득시키고 전해야 한다."
사실 삼연에서 여신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손미영을 걱정했다. 하지만 당시 손미영은 "부담갖지 말라"는 주위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왜 그런 말을 들었는지 깨달았다. 그렇다고 위축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반에 부담을 느껴야할 이유를 몰랐던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몰랐기 때문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았고, 자신만의 여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어 손미영은 이지숙에 대해 "사실 상대 배우중 친구가 거의 없었는데 동갑내기를 만나 좋았다. 성격도 좋아 편했다. 지숙이가 되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연습 때도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며 "여신에 대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더라. 그래서 좋았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사람을 많이 얻었다"고 털어놨다.
▲ "나도 누군가의 여신이 됐으면 좋겠다"
다시 시작한 손미영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무대의 감도 되찾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밝은 자신을 되찾았다. 최대훈, 정문성, 신성민 외에 모두 처음 알게 된 배우들과 친해지며 같은 결론을 향해 다양한 과정을 겪고 있다.
특히 손미영은 극중 류순호에게는 진정한 여신인 만큼 남다른 교감을 하고 있다. 그는 순호 역 슈퍼주니어 려욱, 이재균, 신성민, 전성우에 대해 "각기 매력이 있다. 다 자기 색깔대로 달라서 재미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려욱이는 그냥 순호 같다. 사실 슈퍼주니어 려욱이 한다고 했을 때 '왜?'라고 했다. 원톱인 작품도 아니고 대극장도 아니지 않나. 선입견은 없었지만 그런 면에서 열린 아이라고 느꼈고 아이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한다고 느꼈다"며 "겪어보니 순호와도 잘 맞고 연습도 성실하게 나오더라.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역시나 너무 잘 해나갔다"고 밝혔다.
또 "(이)재균이는 되게 재미있다. 너무 어리고 초반에 연습을 제대로 못나와 걱정을 했는데 꾸준히 연습하더니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하더라. '악몽에게 빌어' 신에서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볼수록 재균이답고 동물적이다. 그때 그때 느낀걸 연기하는 살아있는 연기다"며 "(신)성민이는 남자답고 영리하다. 자신이 생각한 순호가 딱 있다. 디테일 있게 하나씩 하더라. 계산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우는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묘하고 동안이라 놀랐다. 역시나 잘한다. 다들 프로다. 자기가 가야할 길을 흔들리지 않고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순호를 만드는게 멋있다. 나같은 경우 좀 더 분석해서 하는 스타일인데 다양한 스타일의 순호를 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연기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두드려주고 싶다. 어설프더라도 울림을 주는 연기가 있는데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하고싶다."
마지막으로 손미영은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대해 "작품을 하면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데 그런 것 같다. 작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따뜻한 작품을 하니까 평소 생활하는 것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되는 것도 있다. 나도 누군가의 여신이 됐으면 좋겠다. 진짜 힐링이 많이 되고 스스로도 지나온 시간도 돌아보게 만들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건지에 대해서도 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1년간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되게 감사한 작품이다"고 고백했다.
한편 손미영이 출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손미영,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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