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노히트노런은 남의 나라 얘기다.
지난 1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 말 그대로 남의 나라에서 노히트노런이 나왔다. 주인공은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그는 콜로라도 타선을 9이닝동안 단 1개의 안타와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15탈삼진을 곁들여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수립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2호 노히트노런. 통산 284호이자 LA 다저스 통산 22호.
올해 한국야구는 극강의 타고투저 시즌. 노히트노런은 고사하고 완봉승도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14년은 역대 최고 타고투저 1999년을 뛰어넘는 새로운 최고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예년과는 달리 팬들을 그립게 하는 기록도 많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올 시즌 노히트노런이 나올 확률은 없어 보인다. 완봉승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노히트노런-완봉-완투
노히트노런은 남의 나라 얘기다. 국내에선 2000년 5월 18일 송진우가 광주 해태전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14년째 잠든 기록이다. 굳이 타고투저가 아니더라도 투수가 안타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따내는 게임을 하는 건 쉽지 않다. 하물며 매 경기 팀당 안타 10개는 쉽게 나오는 시대다. 당분간 타고투저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국내야구만의 환경적 특성에 투수 발전 속도가 타자 발전 속도보다 늦은 점 등을 감안하면 노히트노런은 기약조차 할 수 없을 거 같다. 이런 상황서 한국야구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퍼펙트게임을 논하는 건 사치다.
안타 및 출루 등을 허용하되, 단 1자책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는 완봉승도 올 시즌에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의 경우 완봉승 6차례가 나왔고, 완투도 21차례 나왔다. 2012년은 완봉승 11차례에 완투만 33차례가 나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완봉승 없이 완투승만 3차례 나왔다. 5월 10일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삼성을 상대로 처음으로 기록했고 5월 25일 릭 밴덴헐크(삼성)가 넥센을 상대로 두번째로 기록했다. 국내선수로는 김광현(SK)이 지난 14일 잠실 LG전서 처음으로 기록했다.
심지어 완투를 단 1번도 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한 팀도 역대 12팀이 있었다. 최근엔 2011년 넥센, 2012년 SK, 2013년 넥센. 만약 올 시즌 더 이상 완투 게임이 나오지 않을 경우 두산 삼성 SK를 제외한 6팀이 대거 무완투 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투수 보직의 세분화로 완투완봉승이 잘 나오지 않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극강 타고투저 속에서 완투완봉 환경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 개인 2점대 ERA, 팀 3점대 ERA
2점대 평균자책점이 귀한 시즌이다. 20일 현재 평균자책점 선두는 밴해켄(넥센)인데, 3.24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유한 투수도 8명에 불과하다. 참고로 지난해엔 2점대 평균자책점을 3명이나 찍었다. 2012년엔 6명이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참고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마지막 투수는 다름 아닌 2010년 류현진(1.82)이었다. 반대로 투고타저가 지배했던 2006년의 경우 평균자책점 2점대를 무려 9명이나 찍었다.
팀 전체적인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평균자책점 선두가 4.07의 NC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팀이 단 1팀도 없다. 삼성이 5월 장기연승을 달렸을 때 3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잠시 찍었지만, 지금은 4점대로 올라갔다. 현재 4점대 평균자책점도 단 3팀이고 심지어 6점대 평균자책점도 2팀이나 있다.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한화가 무려 6.28. 역대 최악 팀 평균자책점을 찍었던 1982년 삼미(6.23)보다도 나쁘다.
참고로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3점대를 찍은 팀은 4팀이었다. 심지어 투고타저였던 2006년의 경우 7팀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그리고 역대 최저 팀 평균자책점은 1984년 두산(2.52)이었다. 거의 매년 2~3팀 정도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지만 올 시즌은 시대가 바뀌었다. 결국 바꿔 말해서 올 시즌 국내야구 투수력이 역대 최악이란 의미다.
▲ 2시간대 경기, 무사사구 경기
올 시즌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 바로 2시간대 경기와 무사사구 경기다.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이 무려 3시간 24분이다. 역대 최장시간 기록. 삼성이 가장 짧은 3시간 17분, KIA가 가장 긴 3시간 26분간 야구를 했다. 정규이닝만 4시간을 넘을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어지간해선 2시간대 경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다. 극강 타고투저 속 타자들이 연이어 안타를 만들어내며 시간이 흐르긴 하지만, 투수들이 자멸해 사사구를 남발하며 시간을 질질 끄는 케이스도 많다. 벤치 입장에선 사사구가 가장 불안하기 때문에 투수교체를 하면서 경기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예전보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가 많은 관계로 양팀 동시 무사사구 경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올 시즌 최단시간 경기는 5월 11일 목동 넥센-LG전. 2시간 25분이 걸렸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경기가 2시간 50분~3시간 사이에서 끝난다. 결국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그 속에 사사구가 늘어나면 팬들 입장에선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극강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2시간대 경기, 양팀 동시 무사사구 경기가 점점 귀해지고 있다.
[잠실, 목동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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