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선 마운드 보직 정리부터 해야 한다.
두산이 4연패에 빠졌다. 정확히 5할 승률. 그래도 21일 잠실 KIA전은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강우콜드로 5회까지 진행된 게임. 선발 오현택이 3이닝, 구원 더스틴 니퍼트가 2이닝을 버텼다. 니퍼트의 구원 등판이 단연 눈에 띈다. 송일수 감독은 경기 전 니퍼트의 구원 등판 가능성을 귀띔했다. 니퍼트 역시 의지가 충만했다.
그럴 만했다. 니퍼트는 18일 잠실 LG전서 맨손캐치를 하다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이후 투구밸런스가 미세하게 무너지면서 5이닝만에 내려왔다. 그날 두산은 역전패했다. 핵심은 당시 니퍼트가 단 59구만을 소화했다는 점. 3일이 지난 21일 당시 불펜피칭을 하는 셈치고 실전 등판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선발투수가 불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또한, 두산은 22일 잠실 KIA전을 끝으로 나흘 휴식을 갖는다. 이후 다시 선발로테이션을 재정비할 여력이 있다.
▲ 니퍼트 불펜 알바는 일회성
송일수 감독은 어지간해선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경직된 운영을 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 때도 있었다. 니퍼트 불펜 아르바이트도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연패를 끊기 위한 의지가 충만했고, 송 감독으로서도 최근 부하가 걸린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니퍼트에게 부담이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2이닝 무실점, 타자 6명에게 단 17구를 던지며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일회성일 듯하다. 장기적으로 에이스의 불펜 아르바이트가 해피엔딩이었던 사례가 드물다. 1~2차례 성공할 경우 벤치에선 유혹에 빠진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불펜 아르바이트를 시킬 경우 결국 에이스의 투구밸런스는 무너지게 된다. 불펜 등판과 실전 등판은 엄연히 다르다. 피로도와 긴장감이 누적될 여지가 있다. 기존 선발로테이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송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관리와 루틴을 중시하는 사령탑답게 니퍼트를 추후 다시 구원등판 시킬 가능성은 낮다.
▲ 오현택 최종보직은
송 감독은 최근 퓨처스서 함덕주를 1군에 올리면서 5선발 이재우를 내렸다. 어차피 두산 마운드서 5선발 역할은 미미했다. 이미 2~4선발이 무너졌다. 5선발이 잘해준다고 해도 효과가 부각되지 않는 환경. 송 감독은 불펜 강화로 눈을 돌렸다. 한편으로 불펜으로 내려간 노경은의 복귀도 예상할 수 있다. 송 감독은 실제로 노경은을 늦어도 7월 초에는 선발진으로 다시 올릴 것이라고 했다.
노경은이 빠진 자리에 롱릴리프 오현택이 들어갔다. 시즌 초반 흔들렸던 오현택은 5월 이후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21일 경기서 선발로 나섰다. 첫 등판은 썩 좋진 않았다. 3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 그러나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21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등 주변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일단 송 감독은 오현택이 5이닝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준은 된다고 본다. 일단 몇 차례 선발로 들어갈 예정. 너무 결과가 나쁘면 다시 불펜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 노경은 선발복귀 시점은
노경은이 관건이다. 오현택의 선발 테스트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노경은이 비어있는 이재우 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노경은은 불펜에서도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여전히 과거의 좋은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근본적으로 노경은이 선발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의 보직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선발의 구원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발투수들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럴 여력도 없다. 대신 오현택과 노경은이 선발진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오현택의 빈자리를 함덕주가 잘 메운다면 보직 정비가 쉽게 끝날 수도 있다. 윤명준은 계속해서 함덕주와 함께 롱릴리프를 맡을 전망.
그런데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유희관 크리스 볼스테드 역시 최근 좋지 않은데다 정재훈 이현승 등 이용찬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도완벽하진 않다. 보직 정비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의미.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두산은 이번 4연패로 5할에서 벌어놓은 승수를 다 잃었다. 순위도 5위로 처졌다. 두산은 어떻게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마운드 정비를 마쳐야 한다. 송일수 감독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에서부터 니퍼트, 오현택,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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