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4년만에 노히트노런이 나왔다.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 송진우(한화) 이후 14년이 흘렀다. 21세기 최초이면서 통산 11번째 대기록. NC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이 24일 잠실 LG전서 기록한 9이닝 3볼넷 무피안타 무실점 노히트노런. 그 여운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다. 찰리와 NC는 물론이고, 한국야구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니 당연하다.
▲ 마음비운 대기록
기록의 스포츠 야구. 그 중에서도 몇몇 기록들은 선수들, 팬들, 야구관계자들 모두 사실상 마음을 비웠다. 기록 달성의 위대함과 희박한 확률 등으로 경신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대표적 기록이 노히트노런이다. 21세기 들어 한번도 나오지 않은데다 노히트노런 문턱에서 주저앉은 케이스도 많았다. 단순히 투수 구위와 경기운영능력, 야수들의 수비 뒷받침 등을 떠나서 약간의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게 사실이다.
일단 투수가 9이닝을 완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타자들 수준이 너무나도 좋아진 국내야구. 투수들은 야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승리요건 갖추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안타를 맞지 않는 건 더더욱 힘들다. 야수가 예측을 잘 했거나 발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타구가 불규칙바운드에 걸리거나 스핀을 먹을 경우 내야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웃카운트 27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안타와 실점을 하지 않고 9이닝을 막더라도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 2004년 한국시리즈서 배영수가 연장 10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으나 직접 경기를 마무리 짓지도 못했고 팀도 연장 12회서 0-0으로 비겼다. 때문에 배영수 기록은 아직도 10이닝 비공인 노히트 게임으로만 남아있다. 7~8회까지 피안타 없이 잘 버티다 8~9회에 아쉽게 안타를 맞고 기록이 깨진 케이스는 수 없이 많았다. 때문에 처음부터 노히트노런을 의식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없다.
▲ 타고투저도 핑계였다
방망이 좀 친다고 하면 대부분 3할을 넘는다. 투수들이 견뎌내질 못했다. 국내야구는 24일 찰리 노히트노런 직전까지 완봉승도 없이 완투승만 3차례 나왔다. 하지만, 찰리의 노히트노런은 아무리 극강 타고투저라고 하더라도 결국 투수 하기에 따라 대기록도 나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케이스다.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투수가 공을 던져야 타자가 반응을 하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주도권을 투수가 쥐고 있다는 의미다.
찰리의 투구내용은 완벽했다. 투심과 싱커 등 홈 플레이트에서 살짝 변하는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LG 타선이 무기력한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찰리가 LG 타선을 압도했다. LG가 비록 하위권에 처진 팀이긴 하지만, 이병규 이진영 박용택 정성훈 등 노림수가 뛰어나고 임기응변능력이 좋은 베테랑 타자가 많다. 팀 타율 0.278로 취하위지만, 절대 무시할 수 있는 타선이 아니다. 찰리의 좋은 구위와 제구, 포수 김태군과의 찰떡 호흡이 어울려 14년만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찰리가 그만큼 준비를 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하나. NC 야수들이 잘 도와줬다. 이날 경기는 NC 타선이 5회까지 6점을 뽑아냈고 그 스코어가 끝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찰리의 완벽투로 사실상 경기 중반 이후 승부가 갈린 게임이었다. 절대 박빙 승부가 아니었다. 경기 중반 이후엔 당연히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
NC 수비수들의 응집력이 대단했다. 6회말 2루수 박민우가 조쉬벨의 타구를 기가 막히게 걷어냈다. 7회 정성훈의 우측 깊숙한 타구 역시 우익수 이종욱이 잘 처리했다. 이 시기는 야수들도 서서히 노히트노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긴장할 시점. 집중력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부담감도 커질 수 있는 시점. 결과적으로 NC 야수들도 찰리와 한 마음이었다.
야구관계자들은 노히트노런이 올해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노히트노런이 나오지 않은 건 주변 환경적 요인이 의외로 크다고 봤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요즘 선발투수들이 8~90년대에 비해 마인드와 책임감이 강인하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타자들의 기술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역시 결국 모든 투수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주변에서 핑계를 찾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찰리와 NC 야수들이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보란 듯이 해낸 노히트노런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24일 밤 찰리는 위대했다. 물론 약간의 우연이나 운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국내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NC 찰리 쉬렉.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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