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허허, 제가 노히트노런을 다 보네요"
배석현 NC 단장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 중인 '대기록의 주인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NC 선발투수로 나선 찰리 쉬렉은 9회까지 LG 타자들에게 볼넷 3개만 내주고 득점은 물론 안타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미 NC는 6점을 올린 뒤였다.
찰리는 9회말 2아웃에서 박용택이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한 뒤 포수 김태군과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11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사상 첫 번째로 달성한 대기록. 이 기록이 NC, 그리고 프로야구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 혜택도 이용하는 자의 몫
NC는 지난 해부터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이후 22년 만에 등장한 신생팀이다보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NC는 '악몽의 4월'을 지나 신생팀 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꼴찌가 당연할 것 같았던 NC는 7위를 마크하고 매운 맛을 선보였다.
NC는 신생팀 혜택을 적절히 이용했다. 1군 첫 시즌에 앞서 이호준, 이현곤 등 베테랑 FA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지난 겨울에는 이종욱, 손시헌을 FA 시장에서 끌어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보강했다. NC는 외부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는 혜택을 받았다.
특별지명에서는 '도루왕' 김종호, '안방마님' 김태군, '호타준족' 모창민 등을 영입했고 신인지명에서는 나성범, 박민우, 이민호 등 유망주들을 끌어 모았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외국인 선수 영입이었다. 찰리와 에릭 해커는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올해도 함께하고 있으며 올 시즌을 앞두고 에릭 테임즈와 테드 웨버를 데려와 선수진을 확충시켰다. NC는 올해까지 외국인 선수를 4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 있어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고려한 NC 구단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 NC는 39승 25패(승률 .60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단 구성에 있어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혜택도 이용하는 자의 몫이다.
▲ 혼자 이룰 수 없는 대기록
어느덧 선수단을 튼튼히 구성한 NC는 이제 노히트노런이란 대기록도 이룰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찰리 스스로도 말했다. "나 혼자만 공을 던진다고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라고. 맞는 말이다. 찰리는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탈삼진은 7개가 전부였다. 나머지 20개는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또한 탈삼진 역시 포수 또는 벤치와의 호흡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한 2루수 박민우는 6회말 조쉬 벨의 안타성 타구를 잡는 호수비를 펼쳤다. 배 단장도 이를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FA로 합류해 베테랑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우익수 이종욱은 7회말 1사 1루에서 정성훈의 깊은 타구를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을 이용해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구단은 당장 팀에 도움이 될 선수, 여기에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를 고르는 안목을 지녔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선수단을 아우르는 포용력까지 갖춘 김경문 감독의 존재는 NC의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 사실임을 찰리의 노히트노런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웠다.
[역대 11번째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NC 선발 찰리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6대0으로 승리를 거둔 후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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