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중간결산②]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엔 잔인했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브라질월드컵은 아시아에게 무척 잔인했다. 1승은커녕 1무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 이란이다. 오세아니아 소속인 호주도 아시아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4팀의 성적을 합산하면 3무 9패, 승점 3점이다. 한국과 일본, 이란이 나란히 1무 2패(승점 1)로 조 최하위(4위)를 기록했고, 호주는 3전 전패를 당했다.

가장 먼저 탈락이 결정된 팀은 B조 호주였다. 그런데 경기력은 4개국 가운데 가장 나았다. 칠레와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했고, 네덜란드와의 2차전서도 2-3으로 져 일찌감치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때 2-1로 앞서는 등 눈부신 투혼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0-3으로 패한 스페인과의 최종전은 상대가 너무나 강했다.

아시아 국가 중 2번째로 탈락을 확정한 C조 일본. 아시아 국가 중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일본의 패퇴는 충격이었다. 첫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에 1-2로 역전패한 뒤 10명이 싸운 그리스와 0-0 무승부를 기록해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콜롬비아와의 최종전서는 수많은 찬스를 놓친 탓에 1-4로 완패했다. 에이스 카가와 신지의 존재감은 미미했고, 베테랑 오쿠보는 수많은 골 찬스를 모두 허공에 날렸다.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대회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음 타자는 이란이었다. '수비축구'라는 비난 속에 나이지리아와 0-0으로 비겼고, 아르헨티나에 0-1로 졌다. 약체로 꼽히던 이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보스니아와의 최종전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레자 구차네자드가 팀에 이번 대회 유일한 득점을 안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1무 2패, 1득점 4실점으로 이번 대회를 마쳤고, 케이로스 감독은 지휘봉을 놓았다.

마지막 희망은 한국이었다. 러시아와의 1차전서 1-1 무승부, 알제리와의 2차전서 2-4로 패한 한국은 벨기에와의 최종전을 무조건 이겨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시아 대륙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16강은 고사하고 승리라도 챙긴다면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골키퍼 김승규와 원톱 김신욱의 투혼 속에서도 0-1로 패했다. 이번에도 수비가 무너졌다. 한국의 퇴장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도 산산조각났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대회를 마친 건 19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당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모두 3전 전패로 돌아섰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승 1패로 16강에 올랐고,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이겨 유일한 승리를 챙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2승 1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한국이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서도 한국과 호주가 1승 1무 1패, 일본이 2승 1패를 기록해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1승은커녕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원정 첫 8강, 일본은 내친김에 4강까지 오르겠다며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슬펐다.

[대한민국 선수들. 사진 = 브라질 상파울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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