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결산①] '손흥민 활용법' 몰랐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을 몰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서 끝난 벨기에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서 0-1로 패하며 1무2패(승점1)의 초라한 기록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이 조별리그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한 건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최악의 월드컵 중 하나로 기억될 이번 브라질에서, 한국의 유일한 희망은 ‘손세이셔널’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대회 내내 승리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보여줬고 알제리전 대패 속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낸 선수였다. 특히 알제리전서 터진 손흥민의 월드컵 데뷔골은, 그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등으로 어렵게 볼을 잡은 손흥민은 한 번의 페인트로 알제리의 백전노장 부게라를 속였고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빠진 왼발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손흥민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알제리전 골도, 팀이 만든 골이 아닌 손흥민 개인의 능력으로 만든 골이었다.

이번 대회서 손흥민은 4-2-3-1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를 맡았다. 소속팀 레버쿠젠에서도 익숙한 위치다. 그러나 손흥민의 플레이는 경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복이 컸다.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팀의 문제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의 우상인 호날두처럼 상대 수비의 뒷공간이 열린 상태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헌데,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자주 만들지 못했다. 항상 의미 없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뒤로 물러서게 했고 전체적인 수비라인도 ‘전방압박’이란 이유아래 상당히 높게 올라갔다. 그로인해 손흥민이 뛸 공간은 좁아졌고, 한국이 열세에 놓여 상대 뒷공간이 타의적으로 열릴 때만 손흥민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 측면에서 알제리전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알제리전서 공격적으로 붙을 이유가 없었다. 수비라인을 지나치게 내릴 필요는 없었지만 전략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뺀 뒤 카운터어택을 날리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라인을 올리면서 김영권-홍정호의 수비라인이 계속해서 많은 뒷공간을 내줬고 손흥민은 알제리전 전반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어떻게 해야 손흥민이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는 마지막까지 답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벨기에전만 봐도 알 수 있다. 손흥민은 한국의 역습 상황서 상대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러나 그를 향한 패스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다. 찔러줄 선수가 없었고, 그러한 연습도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이 가장 치명적인 무기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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