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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상위 0.001%의 비밀클럽 골든 크로스를 배경으로 이들의 암투와 음모, 또 이에 희생된 평범한 한 가정의 복수가 펼쳐지는 탐욕 복수극 '골든크로스'. 지난 19일 종영한 이 드라마는 만족할만한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며 매회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선과 악의 대립구도, 한 남자의 처절함이 느껴지는 복수극,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복수를 전면에 내세운만큼 드라마를 이끌어갈 주인공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커야했다. 연기력은 기본이고, 액션까지 소화 가능해야했다. 그래서 강도윤 역에는 배우 김강우가 딱이었다. 한 가정의 미래를 책임질 가장이자, 거대 권력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영웅, 그리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능글스런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까지. 강도윤역의 김강우는 '골든크로스'를 통해 무려 세 번의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그래서 김강우 본인에게도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출연을 결심했다.
작품이 끝난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강우는 "어차피 '골든크로스'는 시청률이 크게 나올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너무나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탓에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에 김강우는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집에만 오면 그냥 빠져나온다. 여운이 오래 남지는 않는다. 솔직히 촬영 끝나고 몇일 동안은 저도 모르게 새벽에 깨곤 했는데, 이젠 괜찮다"며 웃었다.
'골든크로스' 마지막 회에서는 테리영으로 분한 강도윤이 골든크로스 조직을 와해시키고 모든 복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강도윤은 변호사로 제 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여느 때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여동생의 빈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졌고, 쉽사리 채워지지 않아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강도윤 역시 어머니가 챙겨준 김밥을 먹으며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속 인물들간의 디테일이 조금 더 쉽게 풀릴 수 있었겠지만,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최대치를 한 것 같아요. 저는 강도윤이라는 인물이 나중에 의도치 않게 복수를 위해서 힘을 가지긴 했지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좋았어요. 마지막에 김밤을 먹는 장면은 낮에 촬영했었는데, 원래는 밝게 끝내려했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은 결말이었어요."
김강우는 이번 작품에서 쉴 새 없이 뛰고 구르고 때리고 맞아야 했다. 강도 높은 액션신은 계속됐고, 명장면도 여럿 탄생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세세한 눈빛 연기는 물론, 미묘한 캐릭터의 변화까지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만족스런 장면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왓다.
"아쉬운 게 있어요. 세상을 살면서 강도윤처럼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포효하는 일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계속 보면 좀 지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더 많이 갔죠. 보는 사람이 통쾌함을 느껴야 했거든요. 그게 베이스로 깔리다 보니까 더 세게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제가 강도윤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예요. 그래야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 덕분에 극중 강도윤의 대사들은 일그러진 사회를 향한 일갈로 여겨지기도 했다. 시사적인 내용들을 소재로 차용한 '골든크로스'였기에 이를 연기로 소화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지금의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김강우는 오히려 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상황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동생이 죽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복수를 하는데 중점을 두고 표현했다고 했다.
"솔직히 저는 드라마의 어떤 주제의식을 갖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강도윤이라는 인물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고, 성공하고 싶어 했고, 부모님의 바람대로 검사가 되고 싶었을 뿐이죠. 또 대형 로펌에서 편하게 일하면서 가족들과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는데, 죄 없는 내 가족들을 죽인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일이 커진 거예요. 그러다보니 어떤 사회적 주제 의식을 갖고 사명감에 복수를 한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거죠."
드라마에 대한 호평은 많았지만, 이는 끝내 시청률로 완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초반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골든크로스'는 반전을 거듭하며 끝을 알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 끝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막판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만족할만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김강우는 시청률과 관련해 "이런 장르의 드라마가 10%라도 나오면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우리 드라마에는 저도 모르는 경제용어들이 즐비하게 나왔어요. 그러니 집에서 우리 어머님들이 쉽게 볼 수 있었겠어요? '골든크로스'는 방송 내내 꼬박 자리를 지키고 앉아 집중하고 봐야 이해가 가는 작품이거든요. 우리끼리는 '이건 누가 옆에서 말 시키면 짜증나는 드라마'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런 상황에서 시청률 10%를 넘겼으니 저희가 할 일은 다 한거죠. 제작진도 만족했고요. 그리고 이런 드라마가 어느 정도 성공을 해줘야 다음에도 작가들이 이런 드라마를 쓸 거 아니예요. 예전 드라마 '인간시장' 속 박상원이 연기한 장총찬 같은 캐릭터를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거든요."
드라마의 여운이 채 가시진 않았지만, 김강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4살인 첫째와 얼마 전 한 살이 된 둘째까지 두 아이의 아빠인 김강우는 덕분에 누구보다 쉽게 현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촬영 할 때는 아무것도 안 한다. 사람도 안 만난다. 심지어 아내와 얘기도 안 하고 전화통화도 안 한다"는 김강우는 여행을 통해 빈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털어내기 위함이 아닌 돌아오기 위함이다. 아이의 아빠로, 아내의 남편으로, 부모님의 아들로 돌아오는 거다.
"전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의 편견을 깰 수 있었어요. 솔직히 드라마 연기는 편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극적으로 표현하면 보는 사람에게 더 극적으로 다가가는 장르라는 걸 느꼈죠. 정보석 선배님에게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요. 드라마 힘들죠. 그런데 그 힘든 게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스태프들 모두가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예요. 진짜 프로들이고 예술가들이죠. 각자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있고, 어떤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이틀 삼일 밤을 새도 힘든 줄을 모르거든요. 대신 좋은 글이 바탕이 되어야겠죠. 앞으로 보험처럼 운동을 열심히 해둬야 할 것 같아요. 체력이 안되면 잘하고 싶어도 안되는 거니까."
[배우 김강우.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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