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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난 1년 동안. 전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재벌가의 아들도 아니고, 제대로 된 학력도 갖추지 못했는데, 이렇게 성공을 하다니. 마치 제가 세상을 다 바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다보니, 제가 바꾼 건 세상 전체가 아니라, 먼지만큼 작은, 아주 작은 세상이었습니다. 제 주변만 조금 바꿔놓고, 세상이 다 바뀌었다고 착각을 한 거죠. 하지만, 세상은 변해갈 겁니다. 전 제 꿈을 이뤘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꿈꿔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 사람이 제일 소중한 가치가 되는 세상. 솔직히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직한 사람들이 뒤쳐지고 사람보단 돈이 앞섭니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반드시 옵니다. 그 꿈같은 세상은."
지난달 17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극본 최진원 연출 지영수)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지혁(강지환)이 세상을 향해 던진 말이다. 고아로 태어나 어느 날 갑자기 재벌의 아들이 되고, 다시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지혁은 굳건한 신념을 갖고 사람들을 소중히 한 덕분에 진짜 그룹의 총수가 될 수 있었다. 2개월여의 시간 동안 진정한 '빅맨'으로 성장해가는 김지혁을 연기한 배우 강지환은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 자리에서 "마지막 장면을 찍었을 때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집약시킨 장면이었다.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가장 정상적인 상태로 끝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극 초반 지혁의 심장을 노린 현성그룹 일가의 계략과 재벌 2세들의 담합, 그리고 대기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커넥션 등 다소 어두운 소재들을 다룬 '빅맨'이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밝았다.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따뜻했기 때문이었고,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일부를 제외하고는-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빅맨' 김지혁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마지막 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지만, 평균 9~10%대의 수치를 보이며 월화극 2위 자리를 지켜야 했다. 강지환 역시 '빅맨'의 시청률을 떠올리며 "사실 저도 민감하게 체크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처음 출발할 때부터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애초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중간에 쟁쟁한 경쟁 드라마들이 치고 나오면서 우리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죠. 그래서 마지막 회가 동시간 시청률 1위를 했다는 건 저에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이게 시청률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입장이었죠. 특히 저는 '쾌도 홍길동' 이후 6년만에 돌아온 KBS였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했고요. 세월호 사건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지만, 그래도 작품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전작 시청률이 매우 적게 나와서 두배, 세배만 올려도 선방할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거기에 작품 한 번 잘 살려보자는 각오를 다지면서 최선을 다 한 덕분에 그래도 만족할 수 있는 시청률이 나온 것 같아요."
'빅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강지환은 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한 작품, 한 캐릭터를 통해 고스란히 표출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게 했다. 배우 개인의 연기력도 한 몫 했지만, 특히 강지환이기에 그런 매력들이 더 부각될 수 있던 건 아니었을까. 강지환도 "코미디와 정극을 이질감 없이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는 극찬에 "개인적으로 그런 연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팬 여러분들도 그 부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며 쑥스러워했다.
"제가 드라마에서 액션 멜로 코믹을 넘나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가수가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게 정말 당연한 거잖아요. 그래서 사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뻘쭘하긴 해요. 특히 저라는 배우는 연영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 하다 뮤지컬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이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FM이 아닌 AM 연기라고 평하는데, 그래도 저만의 색깔을 잡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고, 강지환이라는 이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저만의 캐릭터가 필요했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러다보니 '돈의 화신'에 이어서 이런 비슷한 역할을 연이어서 맡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이런 연기를 좋아하고요."
이번 작품으로 KBS 드라마 국장도 그의 팬이 됐단다. 그래서 함께 식사 한 번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강지환은 연예계 소문난 주당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래서 저도 국장님 만나 소맥 한 잔 말아 드리려고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에게 실제 주량을 묻자 "그냥 많이 먹는다"는 주당 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술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먹고 자리 옮겨다니는 걸 좋아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가로수길에 갔었는데, 술집들도 새로운 곳이 많이 생겼더라. 모든 게 다 천국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애주가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로 37살이 된 강지환. 그는 그럼에도 여전히 동안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타고난 동안 아니냐?"고 묻자 "원래 더 동안이었다. 관리를 안 해서 지금 이런 모습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평상시에 관리를 하고 그런 성격은 아니에요. 촬영이 잡히거나 캐릭터가 확정되면 정말 급하게 관리에 들어가죠. 그 순간에는 저 스스로 국가대표가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살벌하게 운동을 해요. 그럴 때마다 힘들어서 평상시에 잘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할 때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정말 그냥 푹 쉬죠. 모든 걸 놓고"라고 말했다.
강지환은 '돈의 화신' 출연 전,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뜻하지 않은 공백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돈의 화신' 종영 후에도 다시 한 번 공백기를 가졌다. 강지환은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힘들었다. 지금이야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돼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진짜 힘들었다. 그래서 '돈의 화신'에서도 그렇고, '빅맨'에서도 마찬가지로 작품을 통해 뭔가를 뿜어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는 뭔가 사건이 터지면 말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말하는 순간 가십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인맥이 하나도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내 마음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작품 뿐이었고, 덕분에 연기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빅맨'도 1인 기획사를 차린 후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금도 전 혼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동생들도 여럿 있고요. 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라 뮤지컬 코러스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올라왔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누군가 나한테 손을 내밀어줘서 좋은 기획사에서 나를 조금 더 포장해주고 서포트해줬으면 하죠. 그럼 더 많은 걸 얻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여기까지 혼자 잘 왔으니까 내가 오히려 리더가 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같이 잘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지금 저는 그렇게 한 계단 씩 올라와 정상 근처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꼭대기가 보이는 바로 밑인 거죠. '빅맨'이 작은 줄 하나를 잡고 올라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배우 강지환. 사진 = 조은회사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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