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뻔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물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감독 거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실망 안겨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한다. 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책 달게 받겠다”면서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2015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홍명보 감독의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월드컵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크게 설득력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허정무 부회장은 “한국 축구 역사상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감독은 없었다. 저 역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나갔지만 조별예선서 탈락했다. 이러한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비록 월드컵서 실패했지만 져본 사람이 승리한다고 했다. 월드컵 실패를 귀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모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한국 축구가 더 큰 발전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에게 월드컵 준비시간도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약 1년 남짓 이번 월드컵을 준비했다. 분명 짧은 시간이다. 허정무는 “1년이란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협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 된다. 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등 월드컵을 준비기간을 허비했다. 이 책임이 홍명보 감독에게 있지 않단 얘긴데, 그렇다면 협회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허정무 부회장은 “향후 검토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도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허정무는 “홍명보 감독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 번 실패했다고 책임지고 물러난다면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다”며 유임이 결정된 홍명보 감독 역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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