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대한축구협회도 홍명보 감독처럼 ‘으리~’를 택했다.
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알렸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가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결과는 물론 내용도 좋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장점이던 투혼은 사라졌고 무기력한 경기력과 전술 부재로 졸전을 펼쳤다. 대회를 앞두고 평가전부터 삐걱댔던 홍명보호의 월드컵은 ‘역시나’였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재신임했다. 낯선 모습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부터 자르기 바빴던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감쌌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의 유임에 대해 “역사상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감독은 없다. 이런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야 한다”며 1번 실패했다고 런던에서의 성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월드컵을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홍명보 감독보단 협회의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결국, 잘못은 협회가 했으니 홍명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얘기다.
협회는 그동안 홍명보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청소년대회부터 올림픽까지, 홍명보 감독을 적극 밀어줬다.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팀을 맡았을 당시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과 선수 차출을 놓고 마찰이 있을 때도 홍명보의 손을 들어줬다. 협회가 곧 홍명보였다.
상황이 그러니, 이번 월드컵 실패에도 대놓고 홍명보 감독을 자를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대표팀을 맡긴데다, 자신들이 그간 애지중지하며 키운(?) 감독을 자르긴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점도 한 몫을 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외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거듭 “모든 사안을 검토한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만 반복했다.
결국 협회는 ‘으리’를 택했다. 홍명보 감독에게 다시 회복할 기회를 줬다. 물론 이것은 더 큰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향후 평가전서 결과가 좋지 못하면 비난의 화살은 더욱 세게 홍명보 감독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아시안컵도 마찬가지다. 우승만이 지금의 여론을 뒤집을 수 있다.
[홍명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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