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또 무너졌다.
두산 유희관은 6월 27일 잠실 넥센전서 7이닝 8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5월 29일 광주 KIA전 이후 약 1달만에 따낸 승리. 유희관의 6월 성적이 1승3패 평균자책점 6.41.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나 터닝포인트가 된 경기였다. 하지만, 3일 광주 KIA전서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또 다시 무너졌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6월 27일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3일 경기서 드러난 유희관 피칭은 전형적으로 꼬인 경기. 좋지 않은 현상들이 반복되면서 무너졌다. 유희관은 여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과의 사투에 들어간 모양새다.
▲ 제구 난조
유희관 부진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제구 난조다. 직구 최고구속이 130km대 중반에 머무는 유희관은 제구력이 강속구 투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타자 입장에서 느린 볼은 처음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지만, 자꾸 접하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 결국 유희관은 정밀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찔러야 한다. 또 변화무쌍한 볼배합으로 타자와의 수 싸움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볼배합이 주효하려면 기본적으로 강력한 변화구 주무기가 있어야 한다.
올 시즌 토종 우완 중 가장 잘 나가는 윤성환(삼성)은 직구 구속은 유희관보다 조금 더 나온다. 하지만, 제구력과 결정구 위력이 유희관보다 좋다. 윤성환 폭포수 커브는 알고도 못 치거나 범타가 되기 일쑤다. 최근엔 슬라이더도 좋다. 유희관 역시 지난해 한창 잘 나갔을 때 핀 포인트 제구력과 함께 주무기 싱커가 우타자 상대로 기가 막히게 사선으로 휘면서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짧고 빠르게 휘어나가는 싱커 위력도 배가됐다.
올 시즌엔 그렇지 않다. 직구와 싱커 모두 제구가 흔들린다. 3일 경기서 안치홍과 김주찬에게 결정적 홈런을 맞았는데, 안치홍에겐 싱커, 김주찬에겐 직구를 구사하다 얻어맞았다. 둘 다 공이 높게 들어갔다. 유희관은 직구와 싱커가 여의치 않자 최근 느린 커브를 많이 섞었다. 하지만, 3일 경기서 커브 제구력도 좋지 않았다. 구종 다변화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구력이 이렇게 흔들리는 건 결국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릴리스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당겨야 한다”라는 송일수 감독의 코멘트와도 일맥상통한다.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좋았던 감각은 하루아침에 돌아오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참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좀 극단적으로는 아예 그 감각이 회복되지 않는 투수도 간혹 있다고 한다. 유희관이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유희관은 자신과 치열하게 사투 중이다.
▲ 자신과의 사투
유희관은 지난달 27일 잠실 넥센전 승리 직후 그동안 마음 고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부담과 욕심을 버리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부분인데, 장기간 부진에 빠진 선수에겐 매우 중요하다. 마음의 짐을 털어내야 홀가분하게 피칭에만 집중할 수 있다. 유희관으로선 기술적인 부분을 치유하기 전에 이 부분부터 이겨내는 게 필요하다. 그 경기만큼은 심리적 압박서 벗어났다. 하지만, 3일 광주 KIA전은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없었다.
유희관은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3 시즌에 들어가기 전 두산 마운드 플랜 A에 없는 투수였다. 시즌 중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선발로 뿌리를 내렸고, 25년만에 두산 좌완 10승 가뭄을 풀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유희관이 풀타임 선발투수로 완벽하게 검증을 받은 건 아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처음부터 유희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확고한 2선발로 출발했고, 당연히 10승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유희관은 아직 보고 느끼고 배울 부분이 많다. 스스로도 일전에 “몇 년 동안 잘 해왔던 선배들과 내가 비교될 수 없다”라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렇다면 두산에서도 좀 더 여유를 갖고 유희관의 부활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두산 마운드 사정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마냥 여유를 부릴 순 없다는 게 딜레마다. 급해질수록 유희관으로선 손해다. 슬럼프에 빠진 유희관이 자신과 두산 모두를 위해 치열한 사투 중이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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