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러 방법이 있죠.”
9개구단에 나흘 휴식기는 이제 매우 익숙해졌다. 불규칙한 휴식기를 규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에 이어 두 시즌째 나흘 휴식기를 접한 9개구단은 휴식기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나흘 모두 휴식을 취하거나 훈련을 하는 팀은 없다. 나흘 중 휴식-훈련 패턴을 반복하는 팀, 휴식을 하루만 취한 뒤 사흘간 훈련을 하는 팀이 있다. 월~목, 금~월 등 휴식 일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팀은 월요일엔 휴식을 취하는 스케줄을 짜는 편이다. 원래 월요일은 휴식일이기 때문에 기존 루틴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다.
▲ 훈련보다는 휴식
삼성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월~목요일 나흘 휴식기였다. 류중일 감독은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휴식기를 보내는 여러 방법이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삼성은 이제까지 주로 월요일에만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사흘간은 꼬박 훈련을 진행했다. 류 감독 스타일이 그렇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실전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
그러나 삼성은 이번 나흘 휴식기를 휴식-훈련-휴식-훈련으로 보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이번엔 바꿔봤다. 때로는 훈련보다 휴식이 좋다”라고 했다. 무더운 여름이다. 선수들의 체력이 서서히 떨어질 시기. 체력이 떨어지면 훈련 질이 떨어지게 돼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훈련 도중에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오히려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을 달래고,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는 게 개개인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정적으로 휴식기에 훈련을 더 많이 한 팀이 휴식기 다음날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증거가 없다. 휴식을 많이 취한 타자, 훈련을 더 많이 한 타자 모두 휴식기가 끝나면 비슷한 흐름으로 타격감을 찾았다. 삼성은 휴식기를 마치고 치른 4일 잠실 두산전서 패배했다. 그러나 전반적 경기력은 여전히 좋았다. 선발 윤성환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을 뿐, 타자들은 경기 후반 추격하는 특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런 케이스만 봐도 나흘 휴식기에 무작정 훈련만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9개구단 모두 나흘 휴식기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찾았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발견됐다. 이젠 오히려 휴식기가 기다려진다는 야구 관계자도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나흘 휴식기가 사라진다. 10구단 KT가 1군에 진입하기 때문.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들이 피로감을 더 느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맞붙어야 할 상대가 늘어나면서 이동거리는 늘어나고, 효율적으로 보냈던 휴식기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야구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짝수구단 체제로 가는 게 무조건 옳다.
▲ 1군 엔트리 효율적 관리
나흘 휴식기가 낳은 또 다른 풍경. 1군 엔트리의 효율적 관리. 삼성은 현재 선발요원 장원삼 배영수 J.D. 마틴이 1군 엔트리에 없다. 장원삼은 허리 통증으로 1군서 빠졌지만, 배영수와 마틴은 특별히 몸이 아파서 1군서 빠진 게 아니다. 선발등판 직후 다음 3연전 대신 나흘 휴식기를 보내기 때문에 선발진 운영에 여유가 있다.
예를 들어 화요일에 선발 등판한 투수는 다음날 1군서 빠지면 그 다음주 금요일에 1군등록과 동시에 선발 등판 가능하다. 그 팀이 금~월요일 휴식을 취할 경우 수, 목, 화, 수요일까지 총 네 경기를 다른 투수들로 버텨내면 된다. 휴식기 직전 수요일과 목요일 등판한 투수가 휴식기 직후 화, 수요일에 다시 등판할 수 있다. 휴식기에 선발투수를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감독들이 휴식기를 앞두고 선발등판한 투수를 이런 방식으로 1군서 뺐다가 1군 등록과 동시에 선발 등판시키는 이유가 있다. 어차피 활용할 수 없는 선발투수를 1군서 빼는 대신 야수를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수가 1명이라도 많으면 대타, 대주자 활용은 물론이고 작전 구사에도 유리하다. 또한, 이런 식으로 빠진 선발투수를 다음 로테이션서 평상시에 강했던 팀에 표적 등판시킬 수 있다. 휴식기를 틈타서 인위적으로, 자연스럽게 선발로테이션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10구단 체제가 되면 나흘 휴식기가 사라진다. 선발로테이션이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지금처럼 몸이 멀쩡한 선발투수를 인위적으로 빼고 열흘간 야수를 보강할 여유가 없다. 이런 1군 엔트리 관리는 감독들의 지략 싸움으로 이어진다. 보는 입장에선 흥미가 배가된다. 하지만, 딱 올 시즌까지만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잠실구장(위),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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