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력이 좋아서 1위한다고?”
선두 삼성은 6일 현재 45승22패2무, 승률 0.672. 지난해 7월 6일 성적은 39승26패2무, 승률 0.600. 확실히 지난해보다 올해 승률 고공 비행이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최고 승률이기도 하다. 삼성은 2011년 0.612, 2012년 0.611, 2013년 0.595로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은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가 지난해보다 전력이 좋아진 건 없다”라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사실 삼성은 류 감독 부임 이후 매년 미세하게 전력이 떨어졌다. 지난 3년간 승률이 조금씩 떨어진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 올해도 오승환 배영섭 조동찬 진갑용 등의 공백이 분명히 있다. 예년보다 잔부상을 앓는 선수도 많다. 지난 3년간 리그서 터프한 게임을 가장 많이 치른 팀이다. 역대 왕조들은 대부분 그랬다. 삼성 행보 역시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 전력과 순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보다 전력상 나을 게 없는 삼성이 왜 지난해보다 고공비행을 하고 있을까. 류 감독은 재미있는 해석을 내놨다. “전력이 좋다고 꼭 높은 순위에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류 감독은 “최하위 한화도 예전보다 상대하기가 버겁다. 이용규 정근우 피에 가세가 꽤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선두 삼성 전력이 중, 하위권에 처진 팀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본다. 오히려 특정 파트에선 삼성보다 더 나은 팀도 있다. 팀 세부기록을 보면 삼성이 리그 1위를 달린다고 해서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는 건 아니다. 팀 평균자책점 1위는 NC(4.07), 팀 타율 1위는 두산과 넥센(0.297)이다. 더 세밀한 부문을 파고 들어도 그렇다.
최근 중, 상위권서 가장 핫한 팀은 롯데. 롯데는 지난주 5연승을 내달리며 4위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이번 주중 넥센 원정서 스윕을 당했다. 그 결과 넥센이 NC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그런 넥센은 중, 하위권의 KIA와 주말 3연전서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롯데가 또 SK에 2연승하며 반등했다. 연승하고 잘 나가는 팀 전력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 않다. 연패하는 팀 전력이 나빠 보여도 꼭 그렇지 않다. 야구의 매커니즘상 1위가 9위에 3연전 스윕 당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장기레이스를 운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했다.
▲ 장기레이스 운영 속 대체선수 중요성
결국 삼성 전력이 나머지 8개구단이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게 아님에도 선두를 질주하는 건 삼성이 장기레이스 운영을 잘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연패를 피하고 연승은 이어가는 흐름을 벤치에서 잘 조성한다.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 및 기용방법 연구, 꾸준한 훈련과 적절한 휴식, 상대분석 등은 기본. 물론 9개구단이 모두 이렇게 한 시즌을 보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삐걱거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결정적으로 류 감독이 꼽은 부분은 역시 대체 선수의 중요성. 류 감독은 “다른 팀들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대체자가 없거나 잘 메워주지 못하는데, 우리는 대체자가 잘 해줬다”라고 했다. 일단 삼성에서 말하는 부상자 중엔 심각한 부상자가 타 팀보다 많지 않다. 류 감독은 주전이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으면 부상을 이유로 쉬거나 치료하게 해준다. 1경기 무리시키는 것보다 정규시즌 전체를 보는 운영. 그런데 다른 팀은 조그마한 부상에도 주전이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상 결장하는 선수가 발생하면 큰 부상인 경우가 종종 있다. 당연히 전력에 치명타를 입고 연패에 빠져 순위가 곤두박칠 치기도 한다.
삼성은 대체자들이 잘 해준다. 주전이 조금만 아파도 쉴 수 있는 환경. 동시에 주전과 백업들이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개막전서 이지영이 옆구리를 다치자 이흥련이 쏠쏠한 활약을 했다. 무릎 수술을 받은 조동찬의 공백은 야마이코 나바로가 완벽하게 메웠다. 박해민 김건한 이수민 등도 기존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힌 선수들이다. 이러면서 팀 전력의 업다운이 최소화된다. 꾸준히 승수를 쌓는 흐름이 조성된 것이다.
▲ 역대 최고승률? 쉽지 않다
대체자 역시 팀의 중요한 전력. 삼성이 타 팀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전력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위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유, 무형의 모든 전력 합이 가장 좋은 팀이 순위표 꼭대기에 있을 확률이 높다. 단기전이 아닌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이다. 단기간 성적의 합으로는 전력과 순위가 비례하지 않지만, 긴 흐름을 보면 결국 순위표는 전력 순대로 정렬되기 마련이다. 삼성의 선두 질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의 올 시즌 최종 승률은 어떻게 될까. 국내야구 33년 역사상 승률 0.650을 넘긴 팀은 그리 많지 않다. 경기 수가 적었던 전-후기리그 폐지 이후 삼성보다 승률이 높았던 팀은 2000년 현대(0.695)가 유일했다. 2000년 현대는 국내야구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극강의 팀이었다. 21세기 들어 극강의 팀으로 불렸던 2008년 SK도 승률은 0.659로 현재 삼성보다 낮았다.
2014년 삼성은 2000년 현대에 역대 최다승률로 도전해볼 수 있는 팀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00년 현대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냉정한 판단. 그리고 단순히 숫자에 사로잡히기보단 매 경기에 충실하고 싶은 류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다. 전력 비교를 논하기 전에, 매 경기 꼼꼼하게 준비한 결과가 1위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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