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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오히려 이를 즐기고 시도하는 사람이 결국엔 자신만의 무언가를 얻는다. 편하게 걸어온 길만 걷지 않고 새로운 시도, 과감한 도전을 계속해야 배우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와 함께 관객들의 갸우뚱 하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도 배우 몫이다.
그런 점에서 김경수(31)는 현재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키울 큰 도전을 하고 있다. 초, 재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의 삼연에서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른 요나스 역을 맡았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 왔지만 요나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시도이고, '블랙메리포핀스' 역시 그에겐 과감한 도전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에 얽힌 네 남매와 사건 이후 사라진 유모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리 스릴러 뮤지컬이다.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앓는 막내 요나스 역을 맡은 김경수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메리포핀스'를 하면서는 다른걸 할 수가 없다. 트리플이라 시간이 비고 이런게 문제가 아니다. 공연이 끝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 쉬어도 잘 쉬어야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오직 '블랙메리포핀스'만 보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 "조금은 다른 패턴의 공연"
김경수는 현재 완성된 작품에 자신이 완전히 녹아있지 않은 느낌이 들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은 연습 때부터 현재 공연까지 아무것도 못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만큼 작품에 더 집중하려 한다. 앞서 전작에서도 '네가 이걸?'이라는 반응을 얻는 캐릭터를 많이 해왔기에 요나스 역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없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경수는 "아예 다른걸 하는게 내게 득이라 배우로서 욕심을 낸다. 이번에는 전작과 다르게 노래도 별로 없고 대사도 별로 없는데 득이 되는게 많다. 오히려 역할이 작을 수록 개인적으로 연기에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역할이 작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너무 중요한 역할이다. 단지 노래, 대사가 없을 뿐이지 정말 많은 키를 잡고 있는 캐릭터다"고 밝혔다.
공연 전 많은 이들이 김경수의 요나스를 상상하지 못했지만 서윤미 연출은 그에게서 요나스를 봤다. 김경수는 어떤 역할이든 상관 없이 '블랙메리포핀스'의 일원이 되고 싶어 먼저 다가갔고, 그의 눈에서 진심이 읽혀 요나스 역으로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삼연과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그 이후 찾아왔다.
그는 "앞선 배우들이 너무 잘 해놔서 그 분들 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나스 역 자체는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팬들 역시 '요나스를요?'라는 반응이었지만 요나스같이 어려운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어 처음에 부정적인 반응도 상관하지 않았다"며 "근데 헤르만, 안나 역 배우들에겐 미안하더라. 연기적으로 풀긴 하겠지만 어쨌든 비주얼이 중요한데 내가 나이가 더 많아 늘 미안하다. 그래서 더 애쓰고 있다. 요즘엔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어려 보인다'고 하면 희망을 안고 간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도전이다. 욕만 안 먹었으면 했다. 어쨌든 내 신을 해결하고 나가면 뭔가 다른 것이 들어와 깨지는 부분이 있는데 '블랙메리포핀스'는 퇴장이 거의 없어 계속 극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오브제 연기 역시 집중이 깨지지 않게 해준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 흐름을 이어 가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또 내가 어떻게 살려야겠다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자극이 되고 싶었다. 이전 작품에서는 리프레쉬 되기 위해 상대 배우 대사를 외우지 않았는데 이번엔 숙지돼 있다. 그래야 대사 하나 하나 내가 숨쉴 수 있고 리액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패턴의 공연을 하는 느낌이 든다."
▲ "더 깊이있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요나스 역은 그야말로 도전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힘들기에 더 흐트러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전사(前史)를 더 많이 만들어놨고 공연 직전에도 자신이 어떤 공간에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 나가야 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으려 한다. 또 첫등장, 첫 대사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에 방해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
김경수는 "윤나무, 정휘랑도 얘기를 많이 했다. 특히 나무는 고마운 배우다. 나무가 없었으면 못했을 거다. 초연을 했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들을 많이 얘기해줬다. 모든 대사와 행동의 이유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친구다. 대본에 여백이 많아 나무의 도움이 컸다"며 "같은 배역끼리의 대화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 나무가 일단 뿌리가 돼주고 휘와 내가 다같이 거기에 덧붙일 수 있는 것들을 만들었다. 결국은 사람이 다르니까 각자 나름대로의 캐릭터가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연기는 사실 내려 놨다. 사실 평소에 까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차분한 편인데 배우라는 직업이 조금씩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연습실에서는 소극적으로 한 것 같다. 그 때도 스트레스를 안고 해서인지 내려 놓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더라. 근데 무대에 서니까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려놓게 됐다. 어린 시절은 고민이 많이 돼 어린 아이들을 보며 도움을 얻었다. 또 헤르만 역 서경수가 참 매력이 넘치고 재밌는데 아이 목소리를 잘 내서 '가식적이지 않은데 저렇게도 할 수가 있구나' 하면서 보고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남들이 욕을 하든 애쓴다고 하든 그냥 아이가 되려 한다."
김경수는 현재 극중 어린 시절과 현재 모습 사이의 갭에 대해 매번 고민하고 있다. 또 요나스가 극 전개에 주는 영향을 제대로 전하려 한다.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조절이 더 중요하다. 심리 추리극인 만큼 단어 하나 하나에서 계속 실마리를 주려 하고 그 안에서 더욱 궁금하게 할 수 있는, 반전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
김경수는 "더 깊이있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디렉션을 따르면서 관객들의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는, 내게도 도움이 되는 디테일을 찾으려 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 도움이 되고 나라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 하는 디테일은 본능적으로 하려 한다"며 "사실 그날 하루만 요나스가 되려하기 때문에 더 집중한다. 공연 끝나면 술이 너무 생각나고 담배가 너무 피고 싶더라.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공연 때만 딱 요나스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 "매순간 극복하고 싶고 희열이 있다"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로 데뷔한 김경수는 어느덧 뮤지컬배우 8년차가 됐다. 노래를 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는 연극, 뮤지컬 자체도 잘 몰랐지만 실용음악과에서 우연히 뮤지컬을 알게 됐다. 처음엔 뮤지컬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넘버에 많은 분석이 따르고 캐릭터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뮤지컬에 빠졌고, 뮤지컬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김경수는 "아직 한창 해나가고 있는 단계다. 그래도 장점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는 밋밋한 외모인 것 같다"며 웃은 뒤 "어떻게 잘 꾸며 주시면 잘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벼운 역할도 가능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김종욱찾기' 멀티맨도 하고 싶다. 처음엔 노래를 너무 좋아했는데 지금은 연기가 너무 좋다. 연기를 잘해야 뮤지컬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연기력이 필요한 작품도 더 하고 싶다. 그래도 내 장점이라면 어떤 역할을 줘도 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배우가 아닌가 감히 한 번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블랙메리포핀스'는 김경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배우 인생에 있어 너무도 감사한 작품이다. 그는 "사실 회사 측에서도 좀 불안했을 거다. 그래도 믿고 캐스팅 해줬는데 경수 요나스가 불안하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아무래도 걱정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그래도 믿어주고 기다려 주고 내가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그 믿음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게 막공까지 진짜 진짜 첫공과 같은 마음으로 매회 임하겠다. 사실 배우로서 작품 덕도 많이 본다. 뮤지컬 팬들이 김경수란 사람을 조금 더 알게 해줘 감사한 작품이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 인생이란 말은 좀 부담스럽지만 '블랙메리포핀스'는 어쨌든 활동 하는데 있어서 아주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작품인 것 같다. 어떤 역할이 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대사와 노래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 배우가 해야 할 것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리액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게 한 작품이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내게 '블랙메리포핀스'란 극복하고 싶은 것이다. 매순간 극복하고 싶고 희열이 있다. 관객들에게는 그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픈 사람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 불편한 장면이 분명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픔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좀 더 측은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왜 그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너그럽게 해주시면 마냥 불편한 작품이 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와주셔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한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8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김경수,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공연 이미지컷.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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