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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좋은 친구들'의 이도윤 감독은 자칭, 타칭 운이 좋은 신인 감독임에 틀림없다.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했고 여러 모로 제약이 많은 신인 감독임에도 자신의 뜻에 따라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여기에 MSG를 가미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보내며 영화에 공감했다.
'좋은 친구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눴지만 의리와 의심 사이에 놓인 세 남자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를 그린 영화다. 이도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도윤 감독은 "시사회 이후 친구들과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친구들에게 돌아오라고, 미안하다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고 전해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도윤 감독이 최근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그럼에도 이런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만족하고 있다는 이도윤 감독이다.
그는 "사실 한 번도 친구들과 그동안 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남자들은 따로 말을 안 하는 그런 게 있지 않나"라며 "연락이 없는 게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뭔가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친구 한 명의 경우 제수씨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이 잠을 잘 못 잔다고 하더라. 친구가 3명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꿈에 잘 안 나온다는 거였다. 친구가 영화를 보고 또 다른 친구들을 대입해 본 게 아닐까 싶은데,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자신의 친구들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지니 나름 만족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좋은 친구들'이 남자 관객들에게 더 공감을 얻는 건 남자 특유의 생각과 공감대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자였던 '좋은 친구들'의 PD가 몇몇 지점에서 납득이 안 간다고 할 때 대부분 남자로 구성돼 있는 연출부나 촬영부 등의 스태프들은 '왜?'라며 의아해했다는 후문이다.
이도윤 감독은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게 되면 영화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봐도 남자들 사이에서는 리얼리티였으니까 말이다"라며 감독다운 뚝심을 내비쳤다.
자신이 일정 부분 놔두고 갔던 만큼 이도윤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가장 먼저 "포기해라"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광수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못생겨지고 주지훈은 추하게 보이길 주문했지만 주지훈인 덕에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
이도윤 감독은 "광수는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못생겨진다. 실제로 안 씻고 술어 절어있는 상태였다. 토하는 신이 있는데, 토하는 것도 쉽게 하더라. 편집에서는 한 번 밖에 안 썼지만 토악질만 20번 넘게 했다. 소주병에 들어 있는 술을 먹으면 안좋아 보일 수도 있으니 물통에 넣어 세 병을 마셨다. 제사 음식, 크래커 등을 먹고는 이 신들을 위해 다 게워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훈이도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샤프하게 잘 생겨 납득이 안 가더라. 그런데 성격이 자유분방했다. 캐릭터 안에서 잘 놀아줬다. 살이 추하게 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 노력을 해도 그래 보이지 않더라(웃음). 지성 선배는 배역 자체가 몸이 좋아야 하는 상태였고, 군인 같은 머리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형이 광고 때문에 머리스타일을 바꾸기에 쉽지 않았는데 과감히 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사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일각에서는 친구로 등장하는 이들의 조합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영화가 공개된 후 이런 의구심은 급히 사그라들었지만.
이도윤 감독은 "친구라는 게 닮아서 친한 게 아니지 않나. 다름이 있다 보니 흥미를 느껴서 친해지기도 하고 욕을 하면서 친해지기도 한다. 지성 형을 보면 지훈이와 광수가 굉장히 따르고 존경한다. 나 역시 그렇다"며 "오묘한 우정 같은 게 있어서 무척 재미있다. 캐스팅하기 어려운 한국영화판에서 이런 배우가 3명이나 있다는 게 나에겐 굉장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작사 대표가 자신을 못 믿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너무 믿어서 그런 것인지 신인감독임에도 과분한 고급 스태프들과 작업하게 됐다며 본인들이 먼저 나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워 했다.
이도윤 감독은 "난 이기적인 사람이라 나를 위해 영화를 한다.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영화 속에 담겨 있는 주제 의식이 실제 내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내가 충무로에서 가장 운이 좋은 신인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주제를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만들었는데 그걸 지지해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제작사인 오퍼스픽쳐스 이태헌 대표님 같은 경우 가볍게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위치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돈 이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좋은 친구들'을 완벽히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런 이도윤 감독은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이미 써 놓은 글들이 있어 시나리오를 다듬을지, 다시 쓸지, 아니면 새로 쓸지를 고민 중이라는 것.
이도윤 감독은 "지난 한 5년간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였으니 써 놓은 게 많다. '좋은 친구들'을 촬영하는 중 되게 쓰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었다. 이걸 다시 써야 하는 것인지 기존에 써 놓은 액션, 멜로, 스릴러 등에서 골라 해야 하는지 회사(오퍼스픽쳐스)와 함께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사실 멜로가 가장 당기는데 아직 어떻게 ?? 모르겠다"고 차기작을 살짝 언급했다.
한편 '좋은 친구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친구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가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의 가족이 죽고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서로를 의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10일 개봉.
[이도윤 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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