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강산 기자] '38. 1. 28, 43.12.20'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로 떠오른 이태양의 글러브에 새겨진 숫자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 같은데, 알고 보면 이태양에게 상당히 의미가 큰 숫자다.
8일 청주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이태양은 글러브를 가리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신이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의 조부모 사랑은 남다르다. 학창시절 맞벌이를 하던 부모를 대신해 할아버지 이옥만(76), 할머니 임모방(71) 씨가 이태양을 키웠다. '이태양'이라는 이름 석 자도 이 씨가 직접 지어줬다. 지금의 이태양이 있기까지 조부모의 역할은 상당히 컸다.
할아버지 이 씨의 야구 사랑은 이태양 못지 않다. 이태양이 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주말 TV를 통해 목동 넥센-KIA전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태양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했다. 이태양은 "평소에도 전화를 2번씩 하신다"며 "넥센 타자들이 떨어지는 볼을 잘 친다, 홈런을 맞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 선수와 코치 간의 대화 같았다"며 웃었다.
비로 등판이 취소된 지난달 20일 대전 LG 트윈스전은 이태양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래간만에 야구장을 찾은 할아버지 앞에서 멋진 투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늘의 심술로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다음날(21일) 등판해 7이닝 8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 깔끔투로 제 기량을 맘껏 뽐냈고,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프로 무대에서 힘차게 투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효심이 대단하다"는 칭찬이 줄을 잇고 있다.
이태양은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 중이다. 한화의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로 호투 중.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네티즌 1094명이 참여한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꼭 선발됐으면 하는 선수' 설문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최근 프로야구의 '핫 아이콘'이다.
이태양은 "장어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약 등 몸에 좋은 건 다 찾아 먹고 있다"며 "할아버지께서 홈런 맞지 말라고 하셨는데 준비 잘하겠다. 전반기 남은 2경기 마무리도 잘하겠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투구 내용뿐만 아니라 조부모 사랑도 에이스급이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이 글러브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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