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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진이가 하다디를 막을 수 있을까?”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국가대표운영협의회(이하 국대위)에 하승진이 대표팀에 합류가 가능한지를 질의한 상태다. 7일 진천선수촌서 만난 유 감독은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 기다리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하승진을 눈 앞에서 보고 싶어한다. 대표팀 전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는 입장.
하승진은 25일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 해제된다. 7일 마지막 휴가를 사용하고 KCC 훈련에 합류했다. KCC 관계자는 “승진이가 그동안 쉴 때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 살이 많이 빠졌다”라고 했다. 하승진은 소속팀 KCC서 서서히 농구선수에 필요한 작업들을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국대위와 KCC가 의견을 조율하면 하승진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일단 1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는 동행하지 못한다. 25일까지는 공익근무요원 신분이기 때문.
▲ 하승진 카드의 유혹
대표팀은 진천선수촌 1차훈련 마감을 앞뒀다. 전 포지션의 완벽한 스위치 디펜스와 변형 지역방어 등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7일 연습에선 프리랜스 오펜스도 점검했다. 유 감독은 “공격도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스페인월드컵이 2달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불안한 부분이 있다.
한국의 공격 테크닉, 파워와 높이, 스피드 등 모든 조건이 아시아에서 상위권이 아니다. 때문에 대표팀의 기본적 컨셉은 완벽한 스위치 디펜스와 변형 1-3-1 지역방어 등 공격적이고 초정밀한 수비다. 당연한 선택. 하지만, 한계는 있다. 특히 공격 테크닉이 뛰어난 빅맨이 없기 때문에 외곽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공격 작업이 매우 뻑뻑하다. 그리고 테크닉과 높이를 갖춘 빅맨을 막는 것 역시 어려움이 있다.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서는 빅맨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유 감독은 하승진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승진이 가운데에서 버텨주면서 외곽으로 공만 잘 빼줘도 공격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수비에선 상대 빅맨들을 최대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어차피 하승진이 풀타임으로 뛰는 게 아니다. 대표팀 기본 컨셉은 그대로 가져간다. 하승진은 일종의 양념이다.
유 감독은 이런 시스템 속에서 하승진이 승부처에서 첨가되면 대표팀 전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유 감독은 상황 변화와 매치업, 전술 변화에 매우 민감한 사령탑. 하승진이 투입되면서 느려지는 스피드에 대한 딜레마는 발 빠른 선수교체 혹은 최적의 멤버 조합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다만, 그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 감독이 하승진을 빨리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유 감독은 “승진이를 무조건 뽑겠다는 게 아니다. 몸 상태를 직접 살펴보고 싶다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하승진 카드가 아무리 장점이 있다고 해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뽑을 수 없다. 하승진은 지난 2년간 농구공을 잡지 않았다. 경기감각 자체가 크게 떨어진 상태. 살은 뺐지만 농구선수로서 어느 정도의 체력과 근력을 갖고 있는지도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 유 감독은 “허재 감독도 승진이가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라며 이해했다.
몸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유 감독은 “승진이가 하다디를 막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서 최대 호적수는 이란이다. 간판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출전한다면, 하다디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 더블팀과 도움수비로 제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일단 신장에서 우위인 하승진이 하다디를 최대한 제어한다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된다.
하디디는 한국이 구사할 수 있는 수비 전술을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의 테크닉을 갖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하다디의 패스 한 방에 테크닉이 좋은 가드와 포워드들에게 무차별 실점했다. 하승진이 하다디를 공수에서 제어하지 못할 경우 하승진 카드 효율성은 떨어진다. 물론 그 외의 부분에서 효과를 확인한다면 하승진을 최종적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하승진과 기존 선수들의 최적의 조합, 수비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유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면서 하승진과 함께한 적이 없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하승진을 뽑겠다 혹은 뽑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유 감독은 그저 눈 앞에서 직접 하승진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싶어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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