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몸을 죽여버려야 한다.”
두산 민병헌은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9일 현재 타율 0.344 8홈런 50타점 58득점. OPS 0.908, 득점권 타율 0.391. 매우 영양가 높은 타격을 하고 있다. 두산 부동의 톱타자로서 NC로 이적한 이종욱의 그늘을 완벽하게 지웠다. 지난해 119경기서 타율 0.319로 생애 첫 3할을 찍은 뒤 올 시즌엔 완성형 타자로 업그레이드된 느낌. 야구에 완벽하게 눈을 떴다.
민병헌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4월 0.356, 5월 무려 0.400을 때렸으나 6월 0.267 2타점에 그쳤다. 타격 사이클을 감안하면 민병헌의 6월 부진은 자연스러운 일. 민병헌만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민병헌 사이클은 두산 타선 전체적 사이클과 궤를 함께했다. 민병헌으로선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 남들 시선과 본인 시선은 다르다
민병헌은 4~5월에 워낙 타율을 끌어올려놓은 덕분에 6월 슬럼프 속에서도 타율 3할3푼대를 사수했다. 사실 0.330은 매우 좋은 성적이다. 타율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고 가정해도 그렇다. 9일 현재 타율 0.330을 넘는 선수는 15명이다. 예년보단 당연히 많지만,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민병헌은 “남들이 보기엔 그래도 3할3푼치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한다. 내 입장은 다르다. 저 위에 있다가 푹푹 떨어지는 걸 느낀다. 자꾸 떨어지니까 걱정이 안 될 수 없다”라고 했다.
매우 솔직한 발언. 타율이 높아도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민병헌 역시 최대한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팀에도 기여하고, 본인 가치도 끌어올리고 싶다. 하지만, 좋은 감각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민병헌은 시즌 초반부터 허리에 미세한 부상이 있었다. 연속안타 행진이 한창 이어졌을 땐 허벅지에도 부상이 있었다. 이런 요소들이 결국 매우 좋은 타격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 선수 본인이 가장 민감하게 느낀다. 좋았던 감각이 사라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 위기감과 스트레스가 다가오게 된다.
▲ 몸을 죽여버려야 한다
민병헌은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내 몸을 죽여버려야 한다.” 야구선수들이 슬럼프에 대처하는 요령은 다양하다.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루틴을 깨는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훈련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가 많다. 타격폼 분석 혹은 마인드 컨트롤로 좋았던 감각을 되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민병헌의 선택은 훈련량 늘리기. 자신을 혹사해서라도 좋은 감각을 찾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민병헌은 “훈련을 많이 하면 경기 중에 안타를 치지 못해도 덜 억울하다. 그런데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안타를 치지 못하면 더 억울하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민병헌은 결국 땀이 성적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질도 중요하지만, 많은 양을 소화하면서 좋았던 감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하는 게 기본이라고 여긴다.
요즘 날씨가 매우 덥다. 연습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기다. 일부 감독들은 덥고 훈련에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차라리 쉬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습으로 너무 힘을 빼면 경기 중에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민병헌은 오히려 더 많이 훈련했다. 그는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이런 식으로 대처할 것이다”라고 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민병헌은 8일 경기서 3번타자로 나섰다. 6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맹타. 타율도 0.344로 끌어올렸다. 그는 “지켜보십시오”라고 했는데, 자신이 취재진에게 던진 말을 입증했다. 땀으로 승부하다 제대로 감을 잡았다. 민병헌은 8일 경기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며칠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반적인 사이클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
▲ 딸 보면 스트레스 풀린다
민병헌은 “예전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특별한 건 없다”라고 했다. 좋지 않은 부분이다.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기 도중 집중력에 방해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최근 민병헌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았다. 그는 웃으면서 “딸 얼굴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했다. 민병헌은 현재 약 11개월이 된 딸이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민병헌의 딸이 아빠의 부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민병헌이 야구를 끊임없이 진지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땀방울을 흘리며 좋았던 감각을 되찾길 기다렸다. 결국 민병헌의 땀방울이 각성을 이끌어냈다. 스트레스도 이겨내고 부활 신호탄을 쐈다. 민병헌의 각성과 부활은 곧 두산 공격 엔진이 다시 움직이는 걸 의미한다.
[민병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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