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부터 차분해져야 합니다.”
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LG 양상문 감독은 8일 경기에 대해 반성부터 했다. LG는 2-6으로 뒤지다 5회 대거 5득점해 7-6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양 감독은 “역전했을 때 그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라고 했다. 양 감독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다 실패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부터 차분해져야 한다”라고 했다.
LG는 10일 현재 33승43패1무, 7위다. 승패 마진은 -10. 현재 4위 롯데의 승패 마진은 1이다. LG는 4위 롯데에 5.5경기 뒤졌다. 분명 한꺼번에 뒤집을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하지만, 극복 불가능한 격차도 아니다. 두산, KIA를 차례대로 제쳐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양 감독은 후반기에 한번쯤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본다. 양 감독은 “지난번 6연승처럼 장기연승이 한번 더 필요하다. -5까지만 줄이면 불가능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 상식적인 선 지키는 마운드 운영
양 감독 부임 후 LG 마운드가 안정됐다는 평가. 결국 양 감독이 마운드 운영을 기민하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 감독은 부임 이후 마운드 기본 틀을 재정비했다. 코리 리오단 에버렛 티포드 류제국 우규민을 확고한 1~4선발로 묶었다. 양 감독은 임정우를 5선발로 점 찍었는데, 아직은 불안한 모습이 있다. 그래도 양 감독은 임정우를 뚝심있게 밀어붙일 요량이다. 불펜진엔 이동현 봉중근 필승조에 윤지웅 신재웅 정찬헌 등을 새롭게 기용 중이다.
과거 LG 마운드가 한창 좋지 않았을 때 계속 투수들의 보직이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규시즌 준우승을 일궈낸 원동력은 보직 안정화였다. 양 감독은 투수출신이다. 외부에서 꾸준히 LG 마운드를 지켜봤다. LG 부임 이후 그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투수들에겐 직접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10일 현재 LG 평균자책점은 4.82로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마운드가 안정되면서 서서히 승률을 높이고 있다.
양 감독은 “상식적인 선을 지키는 운영을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8일 경기서 스스로 그 상식을 깼다고 인정했다. 양 감독은 “유원상을 빨리 교체했다”라고 했다. 연패를 끊고 승수를 쌓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 양 감독은 “선발과 불펜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눈 앞에 1승을 위해 보직을 임시방편으로 허무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 순위만 보면 눈 앞의 1승이 중요한 LG. 양 감독이 자신부터 차분해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 -5, 시기가 중요하다
마운드 운영의 안정감이 배가된 상황. 원래 LG 타격은 나쁘지 않았다. 새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 가세로 화력이 더욱 좋아질 조짐. 결국 양 감독은 마운드만 순조롭게 돌아간다면 6연승 이상의 상승세를 탈 때가 다시 한번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양 감독이 말하는 -5를 만들어야 하는 데드라인은 언제일까. 양 감독은 “7월 말이나 8월 초순까지 -5가 되면 해볼 만하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10~20경기를 치른 시점. 시즌 전체적으로는 90~100경기 시점. 그럴 경우 결국 잔여 약 30경기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갑자기 -10에서 -5가 되진 않는다. 양 감독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양 감독은 말로만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8일 두산 선발투수는 유희관이었는데, 양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서 배팅볼을 던져줬다. 양 감독은 왼손투수 출신. “앞으로도 왼손 투수가 나오면 종종 배팅볼을 던져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스킨십을 하고 친밀감을 높인다. 팀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6연승 이후 2연패. 다시 1승. LG는 기로에 섰다. 중요한 건 양 감독이 급하게 선수들을 몰아칠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투타에서 자신의 운영철학을 확고하게 다졌다. 변칙 혹은 파격 운영이 아닌, 순리대로 경기를 풀어가다 승패마진 -5가 될 때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전략. 감독이 이렇게 차분해지면, 선수들도 급해질 이유가 없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뭉쳤다면 LG도 후반기 대도약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기다.
[LG 양상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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