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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랫말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민소희(장서희)는 복수를 위해 눈 밑에 점 하나를 찍고 완전한 남이 돼 돌아와 복수의 칼날을 휘둘렀다. 그 누구도 민소희가 구은재(장서희)인 줄 눈치채지 못했다. 점 하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교빈(변우민)은 전 아내인 민소희의 유혹에 넘어갔고,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었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욕 하면서 본다'는 감탄을 이끌어내며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민소희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다수의 드라마에서도 복수를 위해 변신을 감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뒤 수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전혀 다른 인물이 돼 돌아와 복수를 실행하는 방식이 매우 닮아 있다. 민소희처럼 점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본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름과 국적을 내세워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분명 얼굴은 그대로인데,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상대방이 당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지만, 민소희처럼 점이라도 하나 찍어줘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가능하게끔 배려해줄 수는 없었는지 살짝 아쉽기도 하다.
KBS 2TV 드라마 '골든크로스' 속 강도윤(김강우)도 복수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 됐다. 서동하(정보석) 일당에게 총을 맞고 생매장까지 당하는 위기에 처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후 테리 영이라는 인물로 돌아온 강도윤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복수를 실행에 옮겼다. 누가 봐도 그는 강도윤이었지만, 스스로 강도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고, 테리 영이라 박박 우기는 통에 그를 만난 이들은 그가 강도윤이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겉으로 내색 할 수는 없었다.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 속 한승희(진세연)도 그랬다. 탈북 의사인 박훈(이종석)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승희와 똑 같은 얼굴을 한 송재희(진세연)를 만났지만, 재희는 자신이 승희라는 사실을 숨겨 혼란을 가중시켰다. 앞서 박훈과 함께 북한을 탈출하려다 붙잡힌 승희는 도망을 치다 총에 맞아 강물에 빠졌다. 역시나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온 한승희는 자신을 숨겨야 했고, 그렇게 장석주(천호진)의 계략도 밝힐 수 있었다.
올 한 해를 수놓았던 드라마 속 복수 코드는 좀처럼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복수를 위한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에서는 박윤강(이준기)이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아버지를 잃고 본인도 화살에 맞아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박윤강이 아닌 하세가와 한조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왔다. 다행히도 윤강은 일본인으로 변신을 감행하면서 조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짧은 헤어스타일에 금테 안경까지 쓰고 나타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윤강을 사랑했던 정수인(남상미)은 그를 단 번에 알아봤지만, 윤강은 복수를 위해 철저히 자신을 숨겨야 했다.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의 이화영(이채영)은 자신이 대리모가 돼 출산한 아이를 되찾기 위해 변신에 나선 경우다. 이미 친오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백연희(장서희)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복수의 칼을 갈고 있던 화영은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그녀가 데려가 행복해하자 분노했고, 6년이란 시간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그레이스 리(이채영)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분해 다시 돌아와 복수를 진행 중이다. 이미 백연희의 남편이자 자신의 과거 연인이었던 정병국(황동주)과 불륜관계를 이어가면서 서서히 가정을 파괴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무엇보다 결혼 전 연인이었던 화영을 알아보지 못하는 병국의 모습은 복수를 위해 변신을 감행한 다른 작품 속 주인공들의 상대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주인공들이 변신에 나서는 것은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서 좀 더 확실한 복수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특히 상대가 개인이 아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복수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자신이 누구로 변신해야 유리할 지도 잘 알고 있다. 입장이 뒤바뀐 상황에서 상대방을 농락하고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며 변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는 곧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요인이 됐다. 분명, 주인공들의 복수가 성공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만큼은 흥미진진할 것임이 자명하다.
[각 드라마 포스터 & 배우 김강우 이준기 이채영 진세연 스틸컷. 사진 = KBS S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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