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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청주 강산 기자] 참 오래 걸렸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2승에 머문지 정확히 81일이 지나서야 3승째를 수확했다. 그런데, 투구 내용 자체가 이전과 판이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기의 남자'에게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앨버스는 10일 청주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9구를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다. 시즌 첫 비자책 투구. 팀의 4-2 승리를 이끈 앨버스는 3승(8패)째를 수확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7.12에서 6.53(73이닝 53자책)으로 끌어내렸다.
앨버스는 위기의 남자였다. 지난 4월 20일 LG전 이후 전날(9일)까지 무려 80일간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7연패를 당했다. 또한 지난달 4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떠안으며 평균자책점 10.13(18⅔이닝 21자책), 피안타율 3할 1푼 1리로 몹시 부진했다. 한시적으로 불펜 이동을 통보받기도 했지만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이날 선발로 복귀했다.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는 경기 전 "넥센전 첫 등판이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앨버스는 분명 이전과 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이 올 시즌 가장 빠른 143km까지 나왔다. 제구도 완벽했다. 직구와 투심을 합쳐 49개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36개에 달했다. 직구라는 메인메뉴가 위력을 발휘하자 체인지업(21개), 슬라이더(17개), 커브(2개)라는 양념이 기막힌 조화를 이뤘다. 특히 우타자 몸쪽에 형성된 직구와 바깥쪽에 들어가는 체인지업이 훌륭했다. 또한 그간 약했던 좌타자(피안타율 0.383) 상대로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았다.
앨버스는 1회초 선두타자 서건창과 이택근을 나란히 뜬공으로 잡아낸 뒤 유한준에 좌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박병호를 141km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비교적 손쉽게 첫 이닝을 넘겼다. 2회에는 선두타자 강정호와 김민성을 땅볼로 잘 잡아냈으나 윤석민의 평범할 땅볼 타구에 유격수 조정원이 송구 실책을 범해 2사 2루 위기를 맞았고, 곧바로 박헌도에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박동원에 중전 안타를 맞아 흔들리는 듯했으나 서건창을 투수 앞 땅볼로 잡고 불을 껐다.
3회가 백미였다. 이택근-유한준-박병호로 이어지는 넥센 강타선을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택근과 유한준은 직구, 박병호는 절묘하게 떨어지는 120km 커브로 요리했다. 4회에는 2사 후 윤석민에 볼넷을 내줬지만 박헌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2사 후 이택근에 안타를 내줬으나 유한준을 2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6회에도 박병호-강정호를 나란히 범타 처리한 뒤 김민성을 121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자신의 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 타이. 6회까지 잡아낸 아웃카운트 18개 중 삼진 5개, 땅볼 10개였다. 그만큼 안정감이 넘쳤다. 하지만 7회초 선두타자 윤석민에 우중간 안타를 맞자 정민철 투수코치가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고, 안영명과 교체를 단행했다. 청주구장 1루측에 들어찬 한화 홈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앨버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안영명이 2사 만루 위기에 봉착, 잠시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유한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이닝을 마감, 앨버스의 승리투수 요건이 유지됐다. 이후 안영명과 박정진이 8회와 9회를 실점 없이 막아 앨버스의 시즌 3승이 완성됐다. 무엇보다 7연패의 늪에 빠졌던 81일의 악몽을 끊어냈다는 게 의미가 컸다. 한화와 앨버스가 하나되어 웃은 참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앨버스의 미소는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앨버스는 경기 후 "좋은 리드 해준 정범모와 좋은 수비를 보여준 야수들에게 고맙다"며 "최근 부진으로 내 피칭보다는 한국 무대에 맞는 피칭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처럼 내 공을 던지니 오히려 편안했다. 팀 승리까지 이어져서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한화 이글스 앤드류 앨버스가 눈부신 역투로 팀과 개인 7연패를 끊어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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