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진정한 지도자인가.
연세대 정재근 감독의 심판 폭력과 퇴장. 그리고 직무정지와 사퇴. 대한농구협회는 최대 영구제명까지도 가능한 입장이다. 연세대의 추가 징계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황상 정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사형선고가 내려질 것 같다. 정 감독은 “어떤 징계든 달게 받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KCC 김민구의 음주 교통사고에 이어 최근 2~3일간 농구계가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핵심은 지도자의 참 의미다. 과연 지도자란 어떤 사람일까. 농구, 아니 스포츠 지도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 무엇일까. 농구만 가르친다고 다 지도자일까. 정 감독이 황인태 심판에게 저지른 폭력은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본의 아니게 현장을 목격한 해외대학 관계자들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나라 망신이 다른 게 아니었다.
▲ 농구 가르친다고 다 지도자 아니다
지도자. 다른 말로 리더다. 집단의 통일을 유지하고 성원이 행동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 지도자의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 불교에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아는자, 곧 부처라고 했다. 단순히, 농구만 잘 해선 안 된다. 모든 부분에서 조직원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가장 좋은 방향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존경을 받을만한 언행을 해야 한다.
농구만 가르친다고 지도자가 아니다. 농구를 가장 잘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부도덕하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용인해선 안 된다. 더구나 사회인이 되기 직전 과정에 놓인 대학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 성인도 되지 않은 초, 중, 고등학교 농구 지도자들은 더욱 강력하고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선수들을 대해야 한다. 단순히 농구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으로 선수 개개인에게 최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안착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연세대는 전통의 농구명문이다. 정 감독 역시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에서 성공적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또한, 연세대는 숱한 농구 지도자를 배출했고, 각종 농구관련 분야에 진출시켰다. 농구 원로로서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도 많다. 지금도 연세대엔 신인드래프트 유력 2순위 김준일을 비롯해 KCC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허훈, 최준용 천기범 최승욱 등 앞으로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과연 이들은 스승의 추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스승으로서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
▲ 욕설, 폭력금지? 폭언도 안 된다
스포츠와 욕설, 폭력은 상극이다. 왜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는가. 정정당당하게 싸우라는 의미다.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런 농구 지도자들이 불과 5~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서슴없이 가했다. 지금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폭력으로 지도자 타이틀을 반납한 농구인들도 있었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여전히 선수들에게 폭력과 욕설, 폭언을 일삼는다. 정 감독 역시 고려대와의 결승전서 한 선수에게 “새x야”라고 했다. 방송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도 그랬는데, 평상시에 어떻게 대했는지도 상상이 된다.
문제는 욕설과 폭력, 폭언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지금 농구 지도자들은 대부분 선수시절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농구를 했다. 억울하게 맞고, 욕 먹고 농구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지금 유망주들에 비해 훨씬 농구를 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는 법은 전혀 없다. 악습의 고리를 잘라야 한다.
프로농구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감독들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의도적으로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한다. 그냥 항의가 아니다. 눈을 부라리고 심판에게 삿대질을 하고, 중계 카메라가 도는데도 반말,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게 이기기 위한 전략일까. 농구 선, 후배로 얽혀있다고 해도 심판은 심판이다. 지도자와 심판은 서로 자신들의 영역에서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감독들은 걸핏하면 심판을 무시한다. 지도자와 심판이 기싸움을 하는 리그는 KBL과 WKBL밖에 없다. 물론 일부 심판들의 떨어지는 자질이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그 이상으로 선을 넘었다.
▲ 좋은 지도자 배출, 한국농구 절대적 과제
KBL과 WKBL도 외국인 코치를 활용한다. 이들은 국내 지도자들의 기술적, 전술적 역량에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실제 국내 프로농구서 활용되는 각종 수비전술은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외국인 코치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전술적, 기술적으로 좋은 지도자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한다면 이미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진짜 좋은 농구 지도자란 무엇일까. 기술, 전술적 해박함은 물론이고, 조직과 조직원 모두에게 최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인격적, 도덕적으로도 흠집이 없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모범이 돼야 한다. 프로가 아닌 학생농구에선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과연 한국농구에 누구에게도 모범이 되는 진정한 지도자가 몇 명이나 될까.
한국농구가 수년째 침체됐고, 위기에 빠졌다. 지도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선수들에게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배출돼야 한국농구가 건강해진다. 선수만 키울 게 아니라, 지도자도 제대로 키워야 한다.
[정재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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