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스틴 니퍼트가 홀드를 따냈다.
두산 에이스의 데뷔 첫 홀드. 12일 잠실 한화전이었다. 4-3으로 앞선 7회에 등판한 니퍼트는 2⅔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두산 불펜은 에이스가 짊어진 뜻밖의 책임감에 2⅔이닝 이상의 피로를 덜어냈다. 니퍼트는 9일 잠실 LG전서 선발등판했고, 15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이 예정됐다. 12일 홀드는 불펜 피칭을 대체한 결과물.
두산 마운드가 위기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진이 붕괴됐다. 중간계투 사정도 썩 좋지 않다. 최근 마무리 이용찬마저 금지약물 복용으로 이탈하면서 매 경기 힘겨운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에이스가 솔선수범해 불펜 등판했다. 그 투혼이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두산 마운드의 차가운 현실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 투수조 미팅 소집한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는 11일 직접 투수조 미팅을 소집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니퍼트는 “팀이 요즘 상당히 어렵다. 지고 있더라도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자. 동료를 믿자”라고 동료 투수들에게 말했다. 특별한 말은 아니었다. 두산 마운드 사정을 잘 안 다면 누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외국인 에이스라서 특별하다. 국내 대부분 외국인선수는 한국야구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하지 않는다. 돈 벌이 수단으로, 생계를 위해 야구를 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물론 팀 자체에 대한 애정이 뛰어난 선수는 많다. 하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동료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브랜든 나이트가 넥센서 퇴출되면서, 니퍼트는 국내 최장수 외국인선수가 됐다. 올해로 4년째 두산에서 뛰고 있다. 그 책임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가 왜 두산에 4년째 남아있는지, 미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리 불펜 피칭을 대신한다고 해도, 2⅔이닝 실전피칭은 불펜 피칭과 완전히 다르다. 불펜 아르바이트를 해서 보너스를 받는 조항도 당연히 계약서에 없을 것이다. 니퍼트는 오직 두산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팬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 씀씀이도 에이스다. 그는 지난해부터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홈 경기에 자비로 초청해 유니폼, 사인볼 등을 제공하고 있다.
▲ 니퍼트도 투수조 일원 중 1명
12일까지 두산 1군엔 투수 11명이 등록됐다. 니퍼트를 제외하곤 기량, 최근 페이스 모두 떨어진다.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송일수 감독으로선 부담이 크다. 니퍼트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했지만, 128경기 장기레이스를 니퍼트만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니퍼트는 벌써 올 시즌 구원으로 2차례나 등판했다. 12일 구원등판은 6월 21일 잠실 KIA전 이후 21일만이었다.
이날 2⅔이닝 투구는 15일 창원 NC전 선발등판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7~80% 힘으로 던지는 불펜피칭에 비해 실전등판을 하면서 피로가 많이 쌓였다. 4-3 박빙승부라 100% 전력피칭을 했다. 15일 선발등판서 미세하게 밸런스가 깨진다면, 이날 등판의 후유증이라고 봐야 한다. 대부분 감독이 선발투수, 특히 에이스의 구원 아르바이트를 자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득보단 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일단 니퍼트에게 두 차례 불펜 아르바이트를 허락했다. 물론 상황의 특수성은 있었다. 이번에도 15일 선발등판 이후엔 올스타브레이크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걸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반복된다면 곤란하다. 니퍼트는 팀의 에이스로서 시즌 막판까지 싱싱한 공을 뿌려야 한다. 포스트시즌이 아닌 이상, 투혼으로 포장된 아르바이트의 반복은 위험하다. 그건 두산 마운드를 괴멸시키는 일이다.
그만큼 두산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 12일 웨이버 공시된 크리스 볼스테드 대신 곧 새로운 투수가 영입될 것이다. 송 감독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선발진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발투수를 중심으로 유희관, 노경은 등의 장기적 부진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돌아오는 이용찬을 중심으로 불펜 재정비도 필요하다. 두산 대역전 4강의 필수요건이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후반기에 니퍼트 투혼을 또 봐야 할지도 모른다.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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