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쫓는다.
FIBA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여자대표팀 최종엔트리가 발표됐다. 여자대표팀은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서 대회를 치른다. 호주, 쿠바, 벨로루시와 C조에 묶였다. 이 대회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겹친다. 대한농구협회와 WKBL은 일찌감치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대한 비중이 크다. 위성우호는 지난 5월12일 소집돼 평창 JDI서 재활훈련을 시작으로 진천선수촌서 1달간 단체훈련을 실시했다. 7월 1개월간 소속팀 훈련을 위해 해산한 상황. 28일 진천에 재입촌하는 위성우호는 8월 20일부터 30일까지는 체코 전지훈련도 갖는다. 이후 진천에서 훈련한 뒤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들어가는 일정.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0년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여자농구를 위해 WKBL이 팔을 걷어붙였다.
▲ 세계선수권대표팀, 짧지만 굵은 지원
그런데 김영주 감독이 이끄는 세계선수권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좋다. 대표팀은 28일 진천선수촌서 처음으로 소집돼 위성우호와 함께 머무른다. 두 팀이 자연스럽게 평가전을 치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영주호는 내달 8일부터 18일까지는 일본 전지훈련을 갖고 곧바로 대만으로 건너가 19일부터 25일까지 윌리엄존스컵에도 참가한다. 김영주호로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정.
이 대표팀의 전체적 일정은 위성우호에 비해 짧다. 그러나 스케줄 자체는 매우 효율적이다. 단조롭지 않다. 특히 세계선수권 직전 윌리엄존스컵 참가와 일본 전지훈련 스케줄은 의미가 크다. 1986년생 김연주가 최고참일 정도로 젊은 대표팀. 경험이 곧 자산이다. 사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아시안게임이 겹치지 않으면 당연히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참가했어야 하는 대회다. 일본과 중국은 여전히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내보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 개최국 한국으로선 아시안게임을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지난해 존스컵 우승을 일궈낸 김영주 감독과 이지승 코치 조합이 또 한번 일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특히 김 감독의 경우 KDB생명 코치와 감독을 거치면서 여자선수들 지도 경험이 풍부하다. 대표팀 이원화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 김영주호, 여자농구의 미래다
김영주호 명단을 살펴보자. 이경은(KDB생명) 이승아(우리은행) 김규희(신한은행) 홍아란(KB스타즈), 신지현(하나외환)이 가드, 김연주(신한은행) 강이슬(하나외환) 강아정(KB스타즈)이 포워드, 배혜윤(삼성생명) 김수연(KB스타즈) 김소담(KDB생명) 박지수(분당경영고)가 센터로 분류됐다. 1998년 12월생 박지수가 만 15세 7개월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김연주와 김수연이 1986년생, 28세로 최고참이다.
부상으로 한 동안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경은 정도를 제외하면 성인대표팀 경력이 있는 선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WKBL 6개구단의 핵심자원이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자원으로 꼽힌다. 대한농구협회와 WKBL도 그걸 주목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은 어차피 1진이 아니다. 성적보다는 경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완전히 젊은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는 게 낫다는 판단.
이승아 김규희 홍아란 신지현 모두 이미선이 대표팀에서 물러나면 세대교체 주역이 돼야 한다. 김연주 강아정 배혜윤 김수연은 프로에서도 제법 잔뼈가 굵다. 국가대표로 해외 국가와 맞붙으며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잡았다. 김소담과 박지수 역시 미래를 대비한 빅맨 자원들. 특히 박지수가 괜히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게 아니다. 박지수는 FIBA 청소년대회 레벨서 세계적으로도 밀리지 않는 성적을 찍어왔다. 최근 막을 내린 17세 이하 세계선수권서도 18.6점 13.4리바운드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다. 박지수에게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는 유의미한 경험이 될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더 이상 세대교체를 늦출 수 없다”라고 했다. 시기적으로, 주변 상황을 봐도 그렇다. 결국 이번 김영주호 멤버들이 여자농구 세대교체 중심인물이다. 그들이 미리 세계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하게 됐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이 겹친 여자농구. 위기가 기회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이원화 전략. 실리와 명분을 모두 쫓는 행보다.
[박지수(위), 지난해 존스컵 여자대표팀(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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